[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정부가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내놨지만 연봉 55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의 세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5500만원을 초과하는 이른바 '중산층' 근로자에게는 별 해당사항이 없다. 지난 1월 연말정산 파동을 불러왔던 '중산층 증세' 문제는 바뀌지 않은 셈이다.
7일 기획재정부는 당정협의 갖고 저소득층 세부담 증가 해소에 중점을 둔 '2015년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연초부터 연말정산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1월 21일 당정협의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 '연봉 5500만원 이하' 증세 없다면서 보완책 집중▲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기재부가 지난달 20일까지 국세청에 제출된 1619만명의 근로자에 대한 2014년 귀속 연말정산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환급 인원과 세액은 전년에 비해 늘어났으며 추가납부 인원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급인원은 지난해 938만명에서 올해 999만명으로 늘었으며, 환급액은 같은 기간 4.5조원에서 4.6조원으로 약 1000억원 늘었다.
특히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1361만명)의 세부담은 1인당 평균 3만원이 감소해 급여소득자의 85%는 세부담이 늘지 않거나 감소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2013년 세법개정에 따른 세부담 증감은 당초 추계와 유사하며, 대체로 당초 세법개정 취지와 같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3자녀부터 공제액을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고, 6세 이하의 경우도 2자녀부터 15만원 공제를 추가했다. 출산이나 입양시 1인당 30만원 세액공제도 신설했다.
근로소득 세액공제도 대폭 확대해 연봉 3000만원인 경우는 20만원, 5000만원인 경우는 15만을 추가로 환급받게 된다.
연금세액 공제율도 현재 12%에서 15%로 확대했다. 다만 대상자는 급여 5500만원 이하자로 한정했다.
◆ 중산층 혜택 없고 증세만…월급쟁이만 소득재분배
(자료: 기획재정부) |
이번 연말정산 보완책은 세부담이 없다는 '연봉 5500만원 이하'에만 편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말정산으로 분노했던 유리지갑 중산층을 두 번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산층이 분노했던 것은 정부가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는 반면 중산층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을 털어가는 방식으로 세수 확대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MB정부 이후 법인세율 인하와 각종 감면 비과세를 통해 대기업의 세 부담을 낮췄으며,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지하경제 양성화도 흐지부지됐다.
부족한 세원을 중산층 월급쟁이 증세를 통해 충당하려던 것에 대한 반발이었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소득재분배'를 이유로 외면했다.
문창용 실장은 "우리나라 소득세제는 각종 비과세 및 공제 제도가 많고 규모도 커서 과세기반이 취약하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미약했다"면서 "이번 세액공제 전환을 통해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업 증세와 지하경제 양성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중산층 유리지갑의 분노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