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기사는 4월 9일 오전 9시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편집자]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저금리의 패러다임으로 바뀌면서 자산관리에서도 글로벌화가 중요해졌습니다. 뉴스핌은 이런 추세에 맞춰 글로벌 자산관리(GAM: Global Asset Management)에 필요한 전략과 정보를 제공합니다.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국내 유수 금융기관들의 단기(1~3개월), 중기(3개월~1년), 장기(1년이상)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을 종합해 매월 [뉴스핌GAM]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뉴스핌=노종빈 기자] 지난 3월 글로벌 채권 시장은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연초 이후 강세 흐름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다소 주춤해진 가운데 유럽 선진국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 핀란드 등의 채권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로존 주변국들의 채권 수익률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일본 국채 수익률은 지난 2월말 0.34%에서 3월말에는 0.4%대를 기록,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했다.
신흥국 채권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이 완만한 수익률 상승세를 보였다. 러시아와 태국은 채권수익률이 소폭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강세로 반전했다.
◆ 유럽 국채, 사상 최저금리 발행 잇따라
유로존 주요국들은 지난달 9일부터 시작된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QE)를 등에 업고 사상 최저금리에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ECB는 지난 1월 발표한 양적완화 계획을 통해 내년 9월까지 월 500억유로 규모 국채 매입을 포함, 월 600억유로(약 72조원) 어치의 자산을 매입할 계획이다.
독일은 지난 1일 5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0.10%의 금리로 발행했다.
또 지난 2월 중 5년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던 프랑스는 이달 2일 20년물과 30년물 국채를 사상 최저인 0.47%, 1.09%의 금리로 각각 발행했다. 이는 한달 전 동일 만기 국채물량 발행 당시의 0.67%보다 0.20%포인트(20bp)나 낮아진 것이다.
이탈리아도 지난달 31일 10년 만기 국채를 사상 최저인 1.34% 금리로 발행했다.
이미 만기가 2년 남은 독일 국채 수익률은 이미 -0.257%까지 하락했다. 핀란드 국채 역시 마이너스 수익률로 거래됐다.
패트릭 자크 BNP파리바 채권투자전략가는 "양적완화로 인해 유로존 주요국들의 채권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공급보다 수요가 활발한 시장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말~4월 초에 걸쳐 유럽 채권 시장에서 매수할 수 있는 독일 국채가 물량 부족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ECB의 자산매입이 차질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지난달 23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한 바 있다. 실제로 ECB는 7일 지난달 거의 610억유로(약 72조3325억만원) 어치의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해 목표달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 미국 기준금리 인상, 9월 이후로 늦춰질 듯
지난달 미국의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로 인해 미국의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다소 퇴조한 분위기다.
특히 지난 3월 미국의 실업률은 5.5%를 유지했지만 비농업부문 고용이 예상 밖으로 부진한 결과를 보여 향후 물가와 임금 상승 여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점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세계 81개 주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2분기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 평균은 0.30%로 집계됐다.
이에 당초 유력했던 올해 6월 금리인상 전망이 후퇴할 것으로 보이며 빨라도 9월에서 연말 사이에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고용 개선과 함께 인플레이션 목표치 2% 근접 등에 대한 합리적인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실물 경기는 이보다 크게 둔화된 상태다.
캐나다 TD증권 밀런 멀레인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올해 중반께 금리인상 가능성 주장은 약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준은 올해 1분기의 부진에 대해 혹한과 저유가, 달러 강세 등 일시적 요인으로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은 9월 인상조차 불투명하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브루스 캐스먼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용지표는 2분기에 더 나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연준이 6월에 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내 인플레이션이 오는 2018년까지 2%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까지 연준의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 블랙록 회장 "강달러 지속시 미국 기업실적 타격…경제 역풍"
이 가운데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경우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타격을 받아 미국 경제 성장에도 역풍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달러 강세가 기업들의 투자 위축과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신뢰도를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렌스 핑크 블랙록 회장은 최근 공개한 연례 경영보고서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 성장에 역풍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 자체는 수출 비중이 높지 않지만 시장 영향력이 큰 대형 기업들이 달러 강세로 인해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기업들의 이익 예상치는 전년 동기대비 4.2%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이 경기부양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달러 강세는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는 있어도 강세기조 자체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약세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9개월간 25% 상승했다.
린지 벨 스탠다드앤푸어스(S&P) 캐피털IQ 기업분석 담당은 "수출 비중이 큰 대기업의 실적 악화가 잇따를 것"이라며 "S&P 500지수 소속 기업은 순이익의 절반 정도가 해외에서 나와 달러 강세의 영향권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 투자자들, 수익률 높은 정크본드 기웃
한편 ECB의 양적완화 등으로 한껏 늘어난 글로벌 유동성 덕분에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의 투자등급 미만 고금리 채권인 정크본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로존 국채의 약 30% 가량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확대된 유동성을 활용해 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매입하는 투자 전략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1분기 미국 기업들의 정크본드 발행이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운영자금 압박에 시달린 석유 및 가스 에너지생산업체들의 정크본드 발행이 크게 늘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투자청(NBIM)은 BBB 등급 이하 회사채 비중을 지난해 3분기 현재 7.5%에서 지난해 4분기 8.3%로 높였다.
NBIM을 비롯, 고금리를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투자부적격 등급인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 채권까지 사들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집계에 따르면 정크본드에 중점을 둔 투자펀드로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약 122억달러(약 13조5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레인 스틸리 JP모건 자산관리 채권부문 펀드매니저는 "낮은 인플레이션과 저금리 지속으로 인해 정크본드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