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동성 위기를 맞은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를 상환했다. 당장 발 등에 떨어진 불을 끈 셈. 이에 따라 그리스의 자금난과 디폴트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9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재무부는 이날 만기 도래한 약 4억5000만유로(4억8500만달러)의 IMF 부채를 상환했다고 밝혔다. 그리스가 보유한 현금 자산이 거의 고갈된 상황에 IMF의 채무 만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크게 고조됐던 디폴트 우려가 일정 부분 진정됐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출처=블룸버그통신] |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잔여 지원금 집행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의 개혁안을 놓고 채권국들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72억유로의 구제금융 최종 지원금을 받아내려면 경제 개혁안에 대한 이른바 트로이카(ECB, EU, IMF)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채권국 재무장관들은 오는 24일 라트비아에서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그리스 정부는 이 자리에서 개혁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유동성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24일 회의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그리스의 부채 만기가 꼬리를 물고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내달 초 14억유로에 달하는 그리스 단기 국채가 만기를 맞는다. 이어 내달 12일에는 IMF 채무 상환일이 또 한 차례 예정돼 있으며 그 규모는 7억7900만유로에 달한다.
또 그리스는 오는 7월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ECB가 보유한 국채가 만기 도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경제 석학들은 구제금융 프로그램 집행 여부와 무관하게 그리스의 디폴트가 시간문제라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시드니 대학의 마크 멜라토스 경제학 교수는 “그리스의 디폴트가 거의 확실시된다”며 “문제는 디폴트가 발생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언제 벌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정부가 러시아와 중국 등 유로존 바깥에서 자금줄을 확보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들 국가가 커다란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직접적인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판단했다.
CMC 마켓의 마이클 휴슨 애널리스트는 “유로그룹은 그리스에 재정과 연금, 노동시장을 포괄하는 최종적인 개혁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 최종 개혁안이란 강도 높은 제재가 뒤따르지 않고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