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동양사태와 저축은행사태 등 금융권의 잇따른 대형사고에 따라 제기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1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19대 국회 첫 해인 지난 2012년 정부가 재차 발의했지만 2년 넘게 현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문제부터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금융상품 피해의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문제, 금융사의 과도한 소송 제한 등 쟁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주요 쟁점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은행과 보험사 등 주요 금융기관은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반면 금융소비자 보호는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조속한 법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창원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은 "현재 발의된 금융소비자보호법안들은 대출성 상품과 그 밖의 다른 상품들간 본질적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성 상품 또는 보장성 상품의 규제 측면에서 요구되는 사항들을 그대로 대출성 상품에도 적용해 실제 운용과정에서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부행장은 손해배상의 고의·과실 입증책임 전환과 관련 "과실 여부를 입증할 자료를 소비자가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금융거래기록에 대한 열람제도를 통해 확보가 가능하므로 입증책임 전환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도상환 수수료 규제와, 계약 변경요구·해지권 부여, 투자성상품 판매장소 제한, 연대보증 금지 명문화,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 도입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금융상품 판매 관련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를 모두 강화할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오히려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 소장은 "지나친 사전 규제는 금융회사의 상품 공급 및 소비자 접근을 위축시켜 오히려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사전규제는 최소화하면서 위반시 금융사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사후규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판매업자 등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케하고 손해액 입증책임을 판매업자 등이 부담토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에 찬성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법정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 도입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은윤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은 입증책임전환 문제와 관련 "민사소송법상 기본원칙에 대한 예외로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그는 "경직된 판매절차 도입으로 인한 거래불편, 악의의 금융소비자에 의한 소송 남용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은영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의 근본 목적이 금융소비자보호인 만큼 조속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입법을 추진한지 3년이 되도록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인 것은 의문"이라며 "법 제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하기 위한 검토는 필요하지만 이해관계가 상충될때 법 제정을 미루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부안과 정호준 의원안, 강석훈 의원안 등 6건의 제정안과 이학영 의원이 소개한 청원안 1건이 계류돼 있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 논의를 바탕으로 입법화를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