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영국 국채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탈출하고 있다.
영란은행(BOE) 조사 결과 외국인들은 올 들어 140억파운드(약 22조6931억원) 이상의 길트(영국 국채)를 팔았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다.
안전자산인 길트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내달 7일로 예정된 총선 결과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와 가디언 등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양대 정당인 노동당과 보수당은 1%p(포인트) 내외의 접전을 펼치며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다수당 부재는 경제 성장 부진과 쌍둥이적자(재정·경상수지) 등 경제 현안 해결이 험난할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영국 국가부채관리청은 올해 영국의 개인부문 부채가 국민소득 대비 8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전 35%에서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재정적자는 국민소득의 6%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현재 노동당과 보수당 모두 총선 승리를 위해 재정적자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지만 전문가들은 실행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2020년까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커 핀레이슨 RBC캐피탈마켓 국채 신디케이트 디렉터는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경제현안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다"고 진단했다.
이날 현재 영국 10년물 국채는 0.62% 하락한 1.598%에 거래되고 있다.(국채 가격 상승) 사상 최저치인 1.33%보다 26bp(1bp=0.01%)가량 높지만 여전히 1.5%대라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총선 우려에도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자 일각에서는 확장세에 있는 영국 경기가 불확실성을 상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영국은 2.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영국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1월까지 분기 실업률은 직전 분기보다 0.3%p 떨어진 5.7%로 나타났다. 이는 6년여 만에 최저치다.
대니얼 베르나짜 유니크레디트 이코노미스트는 "쌍둥이 적자라는 문제에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영국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