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윤지혜 정경환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금호고속 매각주관사 IBK투자증권-케이스톤 파트너스(IBK펀드)가 인수 가격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박 회장의 인수 대금 납부일은 두 달도 채 안 남았다.
이렇게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는 이번 딜이 박삼구 회장이나 IBK펀드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치우쳐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 측과 IBK펀드는 오는 6월 9일까지 인수대금을 치러야 한다. 인수대금을 치르기까지 인수구조를 정하는 것 등을 고려하면 서둘러 양측이 가격에 합의해야 한다. 그렇지만 양측의 협상은 답보상태에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그간 인수주체에 대해 공방이 있었지만, 사실 매각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격이 먼저 결정돼야 인수구조 등을 짤 수 있는데 양측이 현재 냉각기를 갖고 있어 앞으로 협상이 더 지연될 것"이라고 했다.
애초 이번 금호고속 인수 협상은 IBK펀드에게 유리할 것으로 관측됐다. 박 회장이 금호그룹 재건에 사활을 걸고 있고,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을 어떻게든 되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미 지난달 9일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렇지만 IBK펀드가 완전히 협상에서 갑(甲)의 지위도 아니다. 통상적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계약에는 우선매수권자가 제시한 가격(또는 우선매수권자에게 제시한 가격) 이하로는 팔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IBK펀드가 박 회장과의 매각협상이 불발돼 공개경쟁입찰에 나설 경우 현재 시장가격 이상으로 팔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세부조항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선매수권자와의 협상이 결렬되고 나서 공개경쟁입찰로 매물이 나오면 우선매수권자에게 제시했던 가격 이하로는 내놓지 못하게 된다"며 "공개매각 흥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IBK펀드 측이 섣불리 높은 가격을 (박 회장 측에)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IB업계에 정통한 한 고위 관계자도 "박 회장에게 팔지 못할 경우 또 다른 매수자를 찾아 나서야 하는 불확실성 때문에 IBK펀드 측에서도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며 "유·불리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이렇게 가격을 놓고 오래 끌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과 IBK펀드가 각각 제시하고 있는 매각가격이 100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년여 전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금호고속을 3000억원 안팎에 팔았다. IBK펀드는 금호고속의 기업가치가 지난 3년여간 변동했기 때문에 5000억원 가량에 팔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 회장은 이 가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직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것 외에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