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최근 인도네시아가 루피아 약세로 무역수지 적자폭이 크게 줄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한적인 외환보유고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탈을 고려하면 인도네시아가 마냥 웃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기 |
로이터통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7일 루피아는 종가기준으로 달러당 1만3239루피아를 기록했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17년래 최저치다. 지난 1년간 달러화 대비 12% 절하되며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크게 떨어졌다.
◆ 중앙은행 "루피아 약세가 경기 부양"
루피아 약세의 배경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경상수지 적자 지속이다. 석탄 구리 팜유 등 원자재는 인도네시아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인 58%에 이른다. 최근 중국 등 주요 수입국의 경기침체와 국제 원자재 가격하락에 큰 타격을 입었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년래 최저수준인 5%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2.5~3%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BI는 최근 인도네시아가 무역흑자를 기록한 점을 근거로 통화 약세가 오히려 경제회복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올해 1월~3월 25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분기 흑자다. 3월 한달로는 11억3000만달러 흑자로 2011년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즈라 아디디스와라 BI 수석부총재는 "올 1분기 경상수지 적자폭이 GDP 대비 1.6%로 기존 전망치 2%를 하회할 것"이라며 "인도처럼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루피아 약세는 빈혈과 같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국이 경기부양 일환으로 통화약세를 용인하는 것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크티안디 수파트 메이뱅크 애널리스트는 "무역수지 흑자를 뜯어보면 수출과 수입이 모두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수출입 감소는 경제성장에 빈혈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3월 인도네시아 수출은 전월 대비 9.75% 감소한 137억1000만달러 수입은 13.3% 줄어든 125억8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제한적 외환보유고와 높은 외국인 채권보유 비중도 리스크로 꼽혔다.
알디안 탈로푸트라 만디리증권 애널리스트는 "당국이 추가적인 루피아 약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므로 통화약세 방어에 필요한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외환보유고로 환율 방어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기준 1116억달러로 GDP 대비 12%다. 태국(49%) 중국(39%) 말레이시아(37%) 등 주요 아시아 신흥국에 비해 크게 제한적인 규모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 양적완화에 따른 외국인의 핫머니도 많이 유입됐다. 현재 인도네시아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40%로 2011년 말 30%에서 대폭 확대됐다.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규모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다.
◆ 기준금리 더 떨어진다
그럼에도 시장은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떨어드릴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레네 청 ANZ뱅크 수석 외환전략가는 "당국이 루피아 약세로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 경상수지 적자폭 축소에 집중할 것"이라며 "연말 루피아가 달러당 1만3600까지 추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팀 콘돈 ING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무역흑자는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를 누그렸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다시 금리인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연말 기준금리가 6.75%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바클레이스 씨티은행 HSBC 만디리증권 노무라증권 등도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25bp 인하할 것으로 예측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50bp 인하를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