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 상승에 공격적으로 베팅해 쏠쏠한 수익률을 올린 헤지펀드가 전략을 수정했다. 달러화 상승 포지션을 축소하거나 일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하락 반전에 베팅하고 나섰다.
달러화의 단기 상승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시장의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이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화[출처=블룸버그통신] |
달러화 강세에 베팅하는 선물 순매수 포지션이 지난 14일 기준 한 주 사이 32만9939건으로 집계, 전주 36만1335건에서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달러화가 강력한 상승 랠리를 연출한 사이 헤지펀드 업계는 20% 내외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발빠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한편 일부에서는 달러화의 하락 반전을 점치는 움직임이다.
크레디트 스위스(CS)의 외환 트레이더 출신 헤지펀드 창업자 찰리 챈은 지난주부터 엔화 대비 달러화의 상승 포지션을 대폭 축소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3년간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매년 1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고, 추세 반전을 보일 시점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엔화뿐 아니라 싱가포르 달러화와 한국 원화, 인도 루피화 등 주요 아시아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펀드매니저들이 달러화 강세론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은 최근 미국 경제 지표 부진과 긴축에 대한 연준의 소극적인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3월 고용지표를 필두로 소매 판매와 소비자 지출, 제조업 지수 등 굵직한 지표가 일제히 시장 예상치에 못 미쳤고, 이 때문에 연준의 금리인상 예상 시기가 늦춰지는 상황이다.
연준의 긴축 가능성은 달러화 급등의 핵심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최근 정책자들의 움직임은 달러화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꺾어놓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찰스 챈은 자신이 운용하는 스플렌디드 아시아 매크로 펀드는 달러화 강세에 적극 베팅하는 전략으로 올 들어서만 8%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전략 수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실제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지난 3월10일 기록한 고점 대비 2% 가까이 떨어졌다. 챈은 122엔 선에서 거래되는 달러/엔이 118엔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이머징마켓은 6.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3.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연초 이후 대만 달러화와 한국 원화, 인도 루피화가 31개 주요 통화 가운데 달러화에 대해 큰 폭으로 상승,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는 경제 펀더멘털을 근거로 이들 통화의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