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윤지혜 기자] 금호산업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호반건설 2파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 속에 최종 입찰 가격을 둘러싸고 막판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유리한 상황이다. 호반건설이 어느 정도 수준의 입찰가격을 써낼지가 변수지만 박 회장 입장에선 호반건설 입찰 가격 수준의 자금만 동원하면 금호산업을 손에 쥘 수 있다.
특히 채권단이 박 회장의 자금 동원 성격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으로 확인된 만큼 FI(재무적투자자)든 SI(전략적투자자)든 자금 동원만 성공할 경우 박 회장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 사모펀드 4곳 빠질 듯…박삼구-김상열 '2파전'
27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매각주관사인 KDB산업은행은 지난달부터 진행한 5주간의 예비실사를 마치고 오는 28일 오후 3시 본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다.
지난 2월 말 예비입찰에 참여해 적격인수후보 명단(숏리스트)에 올랐던 MBK파트너스, IMM PE, 자베즈파트너스, IBK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펀드 등 사모투자펀드(PEF) 4곳은 모두 본입찰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반건설 내부에서는 본입찰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 인수전은 사실상 박삼구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간 2파전 구도가 될 전망이다.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여해도 유효경쟁은 성립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본계약에 한곳이라도 들어오면 유효경쟁이 성립한다"면서 "사모펀드가 SI와 손을 잡아도 되고 단독으로 본입찰에 들어와도 특별히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본입찰 제안서를 받아 평가하고 채권단협의회에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면 2∼3일 내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 등을 통해 보유하게 된 57.5%(약 1955만주)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지분 30.08%)여서 금호산업을 지배하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쥘 수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금호산업의 주식은 주당 2만2550원이다. 단순계산할 경우 금호산업 주식가치는 현재 약 44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시장에선 금호산업 가격이 최소 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여할 경우 채권단은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호반건설이 제시한 입찰가격을 확인하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본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입찰가격을 토대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MOU를 체결해야 한다"면서 "MOU를 체결할 때 보증금을 내고 MOU를 체결한 사본을 박 회장에게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입찰 최고가격에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가격제시를 받고 한달 내에 (우선매수권) 행사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채권단 "박삼구 자금 성격 제한두지 않겠다"
김상열(왼쪽) 호반건설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이에 따라 금호산업 유력 인수후보인 호반건설이 어느 정도의 입찰가격을 제시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지난해 말 현재 호반건설이 보유 중인 현금은 4300억원에 달하고 연결재무제표 대상에서 제외된 관계사 현금까지 더하면 5000억~6000억원까지 현금 동원이 가능하다.
업계에선 호반건설이 본입찰에서 8000억원 이상을 써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상열 회장은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채권단에서 인수가격 가이드라인을 1조원 밑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 자기자본이 2조 원이 넘어 인수가격 1조원을 조달 못 하겠느냐"고 말한 바 있어 최종 제시가격은 아직 변수다.
관건은 박 회장의 자금력이다. 박 회장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금호그룹 입장에선 박 회장을 재무적으로 지원할 '백기사'가 절실하다. 아직까지 수면 위로 올라오진 않았지만 박 회장 측은 사모펀드(PEF) 등 FI와 SI 등을 활용한 인수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중견기업 오너들은 물론 대형 공제회와 접촉해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인공제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던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인수하며 백기사를 자처한 곳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인수) 자금은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과거 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자금 조달을 위해 18개의 FI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에는 성공했지만, 대우건설을 되파는 과정에서 풋백옵션을 상환하지 않아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번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박 회장이 끌어들이는 자금의 성격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문제를 삼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때는 금호산업이라는 계열사를 동원해서 가져갔다"며 "대우건설이 부실화되거나 수익을 못맞춰주면 계열사들이 부실화가 생기지만 이번에는 박삼구 회장 개인이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자금성격을 법률적으로 제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 회장이 또 다시 FI를 동원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있지만 박 회장이 FI를 우군으로 고집한다면 채권단 입장에서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 "채권단의 제동으로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를 하지 못할 경우 소송을 걸면 우리가 이길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이 FI와 SI 상관 없이 백기사로 자금 동원에만 성공한다면 자금 성격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는 셈이다.
또 다른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채권단은 과거 제로 연봉을 비롯해 각종 출자 조치 등 기본적으로 박삼구 회장의 노력을 높이사고 있다"면서 "과거 STX그룹이나 현재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사례와는 전혀 다르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김상열 회장 쪽보단 박삼구 회장쪽을 지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윤지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