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열흘(내달 7일) 앞으로 다가온 영국 총선에서 집권당인 보수당과 제1 야당인 노동당 간 피말리는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과 에드 밀리밴드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은 각각 33% 전후의 근소한 차이로 맞서고 있다.
◆ 정권 교체 가능성 유력에드 밀리반드 영국 노동당 대표 <사진 = AP/뉴시스>
이번 총선에서는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극우주의 노선의 영국독립당 등 군소정당의 강세로 인해 전체 650석 가운데 326석 이상을 얻는 과반수 정당이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보수당은 지난 26~27일 진행된 유고브/더선 설문조사에서 35%의 지지율을 기록, 34%를 기록한 노동당에 비해 1% p(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독립당과 자유민주당은 각각 12%와 9%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녹색당은 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24~26일 실시된 ICM/더가디언 설문조사에서도 보수당은 35%의 지지율로 32%에 그친 노동당을 소폭 앞섰다.
하지만 이 같은 지지율 분포대로 선거 결과가 나올 경우 양당은 군소정당을 끌어들여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따라서 최대 관심은 최종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분석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은 영국 하원에서 최대 의석을 확보할 것이 유력해 보이지만 단독 과반수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여타 정당들과의 연정 구성을 통해 노동당의 밀리밴드 대표가 차기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유력하다.
◆ 스코틀랜드, 연정 통해 정권 교체 지원할 듯
군소정당인 자유민주당과 영국독립당, 스코틀랜드독립당 등은 각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각 보수당 및 노동당으로의 연대가 엇갈릴 전망이다.
보수당은 기존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과 EU 탈퇴를 주장하는 독립당과 연정을 꾸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자민당의 인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어서 이번 선거에서 어느 정도 득표율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 노동당은 특히 향후 정권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스코틀랜드독립당과 친밀도가 높은 상황이다. 보수당과 노동당 어느 쪽이 제1당이 되더라도 집권을 위해선 반드시 스코틀랜드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도 좌파인 스코틀랜드독립당은 지난해 스코틀랜드 독립투표를 이끌면서 핵심 정치 세력으로 부각됐다. 이번 총선에서 50석 전후의 의석을 차지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친밀도가 높은 노동당과 손잡을 경우 정권 교체도 가시권에 놓인다.
다만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독립당 대표가 연정 구성 전제 조건으로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노동당으로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다소 부담이 있다. 스터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재실시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어 향후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EU탈퇴' 관련 표심 주목
이번 선거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 즉 브렉시트에 대한 민심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EU 지역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몰리면서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여론이 만만찮은 가운데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이번 총선 승리시 2017년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극우파인 영국독립당도 반EU 노선을 내세우면서 10%를 넘어서는 지지율을 확보한 상태여서 보수당과 연정할 경우 EU 탈퇴 논의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동당은 EU 탈퇴시 경제성장 둔화 등 타격이 클 것을 우려해 회원국으로 남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특정당의 과반수 의석 미확보로 연립정권을 구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 2013년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연립정권을 구성하기까지 80일이 소요됐으며 지난 2014년 벨기에 총선 직후에는 약 140일간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기도 했다.
앞서 영국 보수당은 지난 2010년 총선에서 36.1%의 득표율로 29.0% 득표율에 그친 노동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다. 하지만 과반수 의석을 얻지 못해 당시 총선에서 23.0%의 득표율을 거둔 자민당과 손잡고 연립 정권을 구성한 바 있다.
당시 정권 수립까지 소요된 기간은 5일이었으나 올해 총선에서는 이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반면 보수당과 노동당 어느 쪽도 연정을 구성하는데 실패할 경우 올해 가을께 재선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