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저유가는 공급과잉을 넘어 전 세계 수요위축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지목돼왔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디플레이션과 저유가로 인한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둔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와 대규모 자산매입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제 당국자들이 주목해야 할 사안은 디플레이션이 아닌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가가 올해 초 최저치로 내려앉은 후 가파르게 반등하면서 물가 상승에 따른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원유 굴찰 장비[출처=신화/뉴시스] |
2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은 전날보다 1.07% 하락한 배럴당 63.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브렌트유가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40달러까지 추락한 데서 45%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증질유(WTI) 6월물은 0.3% 하락한 배럴당 56.99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지난달 6년래 최저치를 찍은 이후 30% 가량 뛰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가파른 반등세가 그동안 각국 중앙은행의 골칫거리였던 인플레 상승을 강하게 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토스텐 슬록 도이체방크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50% 오르는 것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0.9%포인트(p) 상승하는 것과 같다"며 "최근 3년간 달성이 요원했던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인플레 목표치 2%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지표로 삼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0.1%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도 1.4% 상승하는 데 그쳐 목표치 2%와 비교적 큰 차이를 보였다.
UBS 이노코미스트팀은 유가가 15달러 오르면 내년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0.6%p 오른다고 전망했다. 또 유가가 25달러 상승시엔 인플레 1%p오르고 유가 35달러 상승 때는 물가 1.4%p 상승을 제시했다.
시장도 인플레 상승에 강한 기대를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앱솔론 허트우드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디렉터는 "향후 2년간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난 1월 중순 마이너스 0.16%에서 최근 1.6%까지 급등했다"고 말했다.
향후 5년간 유로존의 인플레 예상치도 최근 1.7%까지 올랐다.
하지만 유가반등이 인플레 상승을 지지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그동안 초저금리 환경에 익숙해진 글로벌 경제상황이 급변할 우려도 있다.
루벤 세구라-카유엘라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저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지만 물가는 분명 오르고 있다"면서도 "유가가 지난해 쇼크에서 빠르게 반등하는 것은 경제의 활력과 성장을 저해하고 시장에 변동성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가 당국 목표치 2%까지 오르더라도 경제 회복세가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통신은 유가 반등으로 인플레가 상승하더라도 주요국이 기준금리 인상 등 인플레를 억제하는 경제정책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시장은 여전히 인플레 목표치 2% 달성하지 못한 이유로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은 어렵다고 전망한다.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대규모 양적완화에 돌입한 ECB도 여전히 디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9월까지 1조1400억유로 규모의 QE를 지속할 것이란 예측이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