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조선업계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를 바닥으로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했지만, 2분기는 물론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면서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8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92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9% 증가하며,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조2281억원으로 9.6% 줄었고, 순손실은 1252억원으로 37.6% 늘었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11.7% 줄었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762.8%, 230.3% 늘었다.
현대중공업 측은 영업손실과 관련, 일회성 비용인 퇴직위로금 1614억원이 반영된 데다, 발주사와의 계약 변경(Change Order) 합의가 늦어져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매출은 조선부문 건조 물량 감소와 정유부문 국제유가 하락으로 감소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1분기 현대중공업은 당사 추정치 및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여전히 녹록치 않은 시황과 더딘 수익성 개선을 고려해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63억원, 10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23.9% 줄었다.
지난해 1분기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돌아섰으나, 전분기보다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74.1%, 73.7% 급감하며 빛이 바랬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감소한 것은 전체 매출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드릴십을 비롯한 고(高)마진 선종의 매출 비중이 축소되면서 이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1분기 실적 뿐 아니라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발주량 자체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이는 최근 수주 물량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선박 수주량은 56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1619만CGT)보다 187% 감소했다. 그 중 한국 조선사의 수주량은 231만CGT로, 이 역시 전년동기(455만CGT) 대비 97%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상선시장 발주량이 전년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유가 하락으로 인해 해양플랜트 발주도 지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유가가 적어도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는 회복돼야 업황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13년 선가가 최저 수준을 기록할 때 수주한 물량들이 최근 실적에 반영되고 있어, 2분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다만, 수익성 우선 영업활동과 전 사업부문 점검을 통한 비효율성 제거 및 경쟁력 강화로 지속적인 수익 개선을 이뤄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측도 단기간 내 실적 반등은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중공업 관계자는 "2분기는 물론이고, 올 한해 전반적으로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드릴쉽 인도와 해양생산설비의 진행이 스케줄대로 진행되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해양생산설비의 수주 가능성도 보다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사 빅 3 중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도 그리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현대나 삼성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5월 중순 경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예상치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2분기 실적 회복 확인까지는 조선업종의 이익에 대한 불확실성 존재, 저유가로 인한 해양설비 신규 수주 모멘텀 둔화 및 일부 상선 시장의 경쟁 심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