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미국 주요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초대형 기업인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화이자, 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은 약 4390억달러(약 48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 미국 기업들, 해외 현금 보유량 빠르게 확대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대형기업들의 지난 1분기 현금 보유량은 1조7300억달러(약 1885조원)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형기업 상위 50개사가 보유한 현금은 1조1000억달러(약 1200조원)으로 전체 미국 대형기업 현금 보유량의 63.5%에 이른다.
특히 상위 5개 기업인 애플과 MS, 구글, 화이자, 시스코 등은 4390억달러를 쌓아두고 있다. 이는 전체 기업 현금 보유량의 약 25.3%에 이르는 수준이다. 1위인 애플은 전체 현금 보유량의 약 10%인 178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무디스인베스터서비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업종을 제외한 글로벌 기업들의 순현금 보유비중은 1년 전에 비해 4%대 증가했다.
◆ 미국 기업들, 국내로 현금 반입 꺼려
무디스 분석에 따르면 전체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의 약 64% 가량인 1조1000억달러 정도가 해외에 분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과 1년 전 같은 기간의 9500억달러, 전체 비중의 57% 규모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순보유 현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경영진들이 자금을 미국으로 반입하기를 꺼리고 있다는 의미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현지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데다 해외 수입에 대한 세금 부과 규정에 대한 개정 움직임도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리처드 레인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기업들의 해외 자산에 대한 법인세 규정 개정과 관련한 움직임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도 이 같은 세제 개혁은 올해나 내년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 주주행동주의 강화…자금 소요 늘어날 듯
기업들은 오히려 막대한 현금보유에도 채권발행을 통해 외부자금을 조달해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 등 자금 소요에 투입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기업들의 현금 배당을 요구하고 나설 전망이다. 이로 인해 S&P 500 소속 기업들은 올해 약 1조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주주행동주의 강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자금 조달 비용도 여전히 낮은 상태여서 인수합병(M&A) 등에 필요한 자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진 가운데 MS와 오라클, AT&T, 애브비 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우려로 촉발된 글로벌 채권시장 급락 이전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완료했다.
◆ 인수합병 통한 성장성 확보
또 성장 한계에 직면한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분석업체 딜로직의 분석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인수합병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늘어난 1조40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금융업종을 제외한 주요 기업들의 자본 지출 역시 지난해 대비 약 8% 증가한 937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다만 최근 에너지 업종 기업들의 자본 지출 감소로 인해 제한적인 증가 흐름이 예상되고 있다.
두브라프코 라코스부하스 JP모건 미국주식 부문 전략가는 "IT 및 헬스케어 업종은 해외에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인수합병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한 자릿수대 후반으로 늘릴 것"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