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추연숙 기자] 스마트폰으로 유명한 중국 정보기술(IT)업체 '샤오미(Xiao Mi)'의 생활 가전제품들이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중국산 제품과 차별화된 고사양 기능과 제한적인 판매 정책 등을 통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흥행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구축해가는 모습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오픈마켓 사이트와 소셜커머스 등에서 수입업체들을 통해 들어온 샤오미의 공기청정기·이어폰·웨어러블 밴드·체중계·LED라이트·액션캠 카메라 등 소형 생활가전 제품이 높은 판매액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휴대폰 보조배터리 '미 파워뱅크' 등 모바일 관련 액세서리 위주로 인기가 있었지만, 올해부터 샤오미가 저렴한 가격에 높은 성능을 갖춘 가전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지난 11일 단독 판매한 샤오미 공기청정기 신제품 '미 에어'는 반나절 만에 준비한 수량 1250대가 완판됐다. 팔목에 차는 피트니스 기기인 '미 밴드'는 소셜커머스 위메프에서만 올해 들어 9000개 이상 판매됐다. 이어폰 '피스톤' 시리즈는 소셜커머스에 신제품이 풀릴 때마다 매진돼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 '고급화' 전략…프리미엄 기능 쏟아부어
소비자가 샤오미를 기존의 중국산 제품과 다르게 느끼는 점은 '고급화' 전략 덕분이다. 샤오미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지만, 기능상 보급형 제품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내 기존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프리미엄 제품군에 해당하는 고사양 제품에 주력한다. '고급 제품 중에서 가장 싸다'는 브랜드 이미지는 통하기 시작했다.
공기청정기 '미 에어'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국내 가전업계에서는 통상 '스마트홈'으로 불리며, 올해 신제품 중 최고가 제품군에만 적용돼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옥션에서 판매된 가격은 24만9000원으로 유사한 성능의 국내 제품 평균 가격보다 60% 정도 저렴하다.
샤오미 체중계 '미 스케일' <사진=온라인 오픈마켓사이트 G마켓 캡쳐> |
샤오미가 선보인 체중계 '미 스케일'은 국내에서 3만원 내외로 판매되고 있는 고급 체중계다. 스마트폰 앱 '미 핏(Mi Fit)'을 통해 아이폰, 안드로이드 폰과 연동해 체중 관리를 기록할 수 있다. 100g의 물 한 잔까지 정확하게 인식하는 고성능 센서를 탑재했다.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는 기능도 갖췄다.
샤오미 이어폰 '피스톤3'는 10~20만원대 고급 브랜드 제품과 견줘도 손색없는 기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독일서 개발된 메탈 하이브리드 진동판 기술을 탑재하는 등 기존 10만~20만원대 제품에 사용된 고급 기능을 쏟아 부었다. 세계 3대 산업 디자인상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할 만큼, 고급스러운 디자인에도 신경썼다. 하지만 소셜커머스 등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불과 2만원대다.
◆ '합리적으로 만들자'…과감하게 필수적인 것만 담아
샤오미 전자제품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합리적인 가격대다. 샤오미는 IT제품에서 소비자가 익숙치 않은 부가기능은 제외하고, 주로 사용하는 핵심 기능만 담아 저렴한 가격을 맞췄다.
샤오미 피트니스 웨어러블 밴드 `미 밴드` <사진=샤오미 홈페이지 캡쳐> |
샤오미가 지난해 8월 내놓은 건강관리 웨어러블 '미 밴드'는 기존 스마트 워치나 피트니스 밴드의 기능 중 최소한의 것만 갖췄다. 운동 분석, 수면 분석, 전화·문자 알람 등을 갖췄다. 디스플레이도 없다. 스마트폰 연동을 통해 '미 핏' 앱으로 관리하게 했다.
실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모두 갖췄기 때문에, 핏비트, 나이키, 소니 등 6~10만원대 유명 스마트 밴드 제품들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국내 유통되는 가격은 2만~3만원으로 1/3 이하다.
샤오미 액션캠 이카메라(YiCamera)는 야외·스포츠 활동 시 셀프 촬영에 유용한 초소형 카메라다. 1080P의 고해상도, 와이파이를 통한 스마트폰 연동 등 단순한 기능만 갖췄다. 여행용 모델에는 실속있는 부속품인 셀카봉까지 담았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가격은 10만원 내외로, 소니 등 유명 업체 제품 가격의 절반 이하다.
◆ 유통채널·공급량 제한…오직 '입소문'
샤오미는 '아무나 구할 수 없는' 제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제한된 물량을 제한된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서다.
많지 않은 수량을 생산해 짧은 시간에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한다. 물량이 풀렸을 때 소비자의 즉시 구매 심리를 일으키고, 구매 기회를 놓친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다.
공기청정기 '미 에어'는 국내 유통채널에도 한정 수량만 풀려, 각종 포털 블로그에는 '미 에어 드디어 구입 성공', '힘든 해외직구 후기' 등의 소비자 반응이 잇따랐다. 샤오미는 국내에 법인이 없어 광고 마케팅도 펴지 않고 있지만, 수입업체들의 판촉과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입소문만을 통해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샤오미 인이어 이어폰 신제품 <사진=샤오미 홈페이지 캡쳐> |
샤오미 제품을 구하기 쉽지 않다보니, 샤오미 가품(일명 '짝퉁')까지 다량 유통되고 있다. 이어폰 '피스톤' 시리즈는 현재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짝퉁'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 무차별 대량 생산해 물량이 풀리던 기존 중국 제품과는 차별화된 샤오미의 전략 덕분이다.
샤오미 제품을 공식 수입하는 국내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품이 기존의 저가 제품들보다도 더 저렴하다보니 경제적 측면에서 우월하고 제품이 좋다는 반응이다"라며 "소비자들이 샤오미 정품을 찾고 있어 샤오미 홈페이지 인증하는 방법을 담은 설명서도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샤오미는 중국에서 올해 1분기 14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2위 애플, 3위 화웨이, 4위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점유율(12.8%) 1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로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린 샤오미는 최근 소형 가전 제품까지 선보이며 종합 전자업체로 발돋움하려는 모습이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