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값싼 유로화를 빌려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곤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유로화가 가파르게 반등하면서 손실만 떠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로화 [사진: AP/뉴시스] |
블룸버그통신은 UBS를 인용해 지난 3월 이후 유로캐리트레이드에 동참한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3.5%의 수익률을 거뒀다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로화는 지난달 10일부터 달러화에 반등하기 시작해 최근 한달 새 달러화 대비 6.77% 올랐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주춤해지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시기도 불확실해진 데 따른 결과다. 저유가와 QE로 유로존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 점도 유로화 강세를 지지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손해를 보는 헤지펀드들이 속출하고 있다.
헤지펀드 파커 글로벌의 14개 통화 펀드는 지난달 0.7%의 손실을 냈다. 달러가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중순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파커 글로벌의 펀드는 이달 들어서도 0.5%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닐 존슨 미즈호은행 헤지펀드 판매 대표는 "향후 수익을 거두겠지만 현재로선 유로캐리트레이드가 완전히 얼어붙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유로·약달러 상황이 지속되면서 달러화보다 독일 국채(분트채)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유럽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진 데 힘입어 최근 금리가 급격히 오른 독일 국채가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에게 훌륭한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앨런 러쉬킨 도이체방크 외환그룹 글로벌 대표는 "투자에 적절한 통화가 어떤 것인지는 고수익 투자처가 어디인지를 물색하는 만큼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소(CFTC) 조사에서 지난 1월 이후 달러화 매수 포지션은 절반 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폴 메기에시 JP모건체이스 외환 전략가는 "연초 분석대로 최근 달러화는 부진한 경제지표에 강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보유와 과도한 포지션, 과도한 밸류에이션은 하락 압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닉 버넨브록 웰스파고 통화전략 대표는 "현재로서는 미국 금리인상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어 유로캐리트레이드 청산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2분기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떠오를 경우 유로 캐리 자금 청산 움직임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