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기업의 현금자산이 해마다 큰 폭으로 불어나는 가운데 유럽 기업 역시 손에 쥔 현금이 1조유로(1조13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유한 현금이 적지 않은 데다 유로존 경기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 투자 확대 및 인수합병(M&A), 그리고 주주환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유로화 동전[출처=AP/뉴시스] |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가 크게 상승한 가운데 이른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유로존 경기 회복이 지속될 것인지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대규모 신규 프로젝트나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기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유럽과 중동 및 아프리카(EMEA) 지역 기업이 보유한 현금 자산은 지난 2007년 7140억유로에서 최근 1조유로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최근 12개월 사이 불어난 현금 자산이 470억유로로 집계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상승했고, 1분기 성장률이 미국을 앞지르는 등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투자를 촉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14개국의 1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답했다. 또 투자와 M&A로 재무제표 리스크를 높이기에 적정한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기업이 60%를 웃돌았다.
딜로이트의 크리스 젠틀 리서치 헤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거시경제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상승하고 있고, 이 때문에 기업 최고재무책임자들의 신뢰가 여전히 취약하다”며 “앞으로 기업 이익 증가와 산업활동의 강한 호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재무책임자들은 비용 절감을 기업 경영의 최고 우선순위로 꼽았다. 투자는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난 실정이다. 투자와 M&A를 통한 외형 성장보다 매출 확대를 통한 유기적 성장에 주력한다는 것이 대다수 기업의 방침이다.
다만, 재무책임자들의 이익 전망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12개월 사이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가 50%를 웃돌았고, 매출 증가와 함께 이익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한 이들이 21%를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