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다음카카오가 정부의 각종 규제로 위축된 고포류(고스톱, 포커류)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 동안 다음카카오는 고포류를 포함한 성인용 게임은 서비스 하지 않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카카오는 최근 선데이토즈 등 여러 고포류 서비스 업체들을 만나 게임 사업 관련 협력을 타진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선데이토즈를 비롯해 여러 고포류 서비스 업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꾸준히 제기된 선데이토즈와의 고포류 제휴설이 허황된 주장은 아닌 셈이다.
▲ 김범수 의장, 첫 성공 일궜던 고포류 모델…'반전 카드' 꺼낼까
고포류 시장은 게임 사업 중에도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를 잡을 만큼 흥행성이 담보돼 왔다. 지난 몇년 간 네오위즈게임즈와 NHN엔터테인먼트 등의 게임사가 대형사로 급성장한 데는 고포류의 힘이 컸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게임머니 사용한도 제약 등 규제강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같은해 11월 게임 이용자 1인당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게임머니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규제 완화가 이뤄졌지만 시장 활성화는 여전이 제한적이었다.
사행성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다음카카오 역시 고포류 게임을 취급하지 않았다. 다른 게임 사업이 잘 돼 캐시카우가 보장된 만큼 굳이 고포류를 받아 들여 사행성 이미지로 엮기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게임 유통 사업을 본격화하고 탈카카오(카카오를 제외한 다른 유통 채널 활성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김범수 의장 역시 게임 사업 난국 타개를 위해 고포류 서비스를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사진제공=다음카카오> |
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선데이토즈의 차기작을 비롯한 신규 고포류를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체된 국내 시장 대신 마작 등 고포류 수요가 적지 않은 중국 시장을 개척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음카카오의 협력 대상자로 거론되는 선데이토즈는 애니팡으로 모바일 게임의 성공 신화를 보여준 대표적인 게임사로, 다음카카오를 통해 애니팡, 애니팡2, 애니팡 사천성 등 다수 인기 게임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내달 '애니팡상하이'라는 마작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라 다음카카오가 이 서비스를 두고 협의에 나섰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계속된 실적 악화로 움츠린 NHN엔터테인먼트와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협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업체들은 원조 고포류로 시장을 주도한 경험이 있는 만큼, 국내외를 포괄한 모바일 고포류를 통해 실적 반등을 노릴 공산이 크다.
국내 모바일 게임사 관계자는 "김 의장이 한게임 창업 당시에서도 고포류를 통해 성공한 만큼 게임 위기론의 반전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카카오 고포류가 기대되는 이유…확실한 '수익' 카드
다음카카오의 고포류 서비스가 기대되는 이유는 고스톱을 비롯한 고포류 게임들이 중년층을 비롯해 확실한 수요층이 있다는 점이다. 사행성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단기간에 실적 반등을 노릴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인 셈이다.
카카오라는 대형 플랫폼이 고포류를 출시하면 접근성이 용이한 주부들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에 소외돼있는 중년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게임 수익 확보를 넘어서 플랫폼의 영향력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포류의 인기는 비단 국내 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장르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다음카카오에겐 가장 적합한 카드로 꼽힌다. 실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선 웹보드 장르에 대한 인기가 꾸준하다.
국내 한 모바일 게임사가 제공하고 있는 고포류 게임 <사진 = 뉴스핌 DB> |
결국 다음카카오가 중국에 현지 퍼블리싱을 만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톡 게임 중 웹보드 게임이 가장 인기를 끌 것"이라며 "다만 사행심리를 기반으로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부작용을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