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내에서 건설과 상사 부문을 담당하는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다. 합병법인의 사명은 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제일모직이 기존에 영위하던 의·식·주·휴(衣食住休) 사업들을 비롯해 미래 성장의 핵심인 바이오 사업까지를 총괄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의 대표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셈이다.
◆9월1일자 합병…먹거리부터 패션, 건설, 상사 등 모두 품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하고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양사는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돼 부동산 및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 식음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2013년에는 구(舊)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2014년말에는 기업 상장을 단행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된 이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돼 해외영업을 주도해 왔다. 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양사는 2011년 삼성의 바이오사업 출범에 함께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공동 인수하는 등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건설, 패션 등 사업별 시장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사업 경쟁력과 해외영업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건설과 상사부문에서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삼성물산은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사업 정체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사업 다각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패션, 식음, 건설, 레저, 바이오 등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 및 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바이오 사업 최대주주로 그룹 미래성장 핵심에 서다
양사가 각각 운영해 온 건설 부문을 통합해 건설사업 경쟁력 제고 및 운영 시너지 창출도 가능해졌다. 상사 부문의 글로벌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패션·식음 사업의 해외진출을 가속화 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합병 결정으로 바이오 사업에서도 합병법인의 그룹 내 위상은 커지게 됐다. 바이오 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 성장을 위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합병법인의 역할이 중요해 졌다.
양사는 삼성의 미래성장을 책임질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의 최대주주로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양사의 핵심 사업인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 등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가 강화되면서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34조원에서 2020년 6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윤주화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여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토탈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 역량을 결합하여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합병 결정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사례와 같은 전철을 밟은 가능성 크지 않아 보인다.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비교적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는데다, 건설사업 재편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