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경기는 저점을 벗어나 확장하다 정점에 이르고, 수축기를 거쳐 저점을 찍고 다시 확장하는 사이클로 이뤄진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지난 2011년 8월 경기순환 중 정점을 찍은 후 48개월째 횡보만 거듭하고 있다. 바닥을 찍어야 올라설 수 있는데 어디까지가 바닥인지 모르는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서막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통해 터널에서 빠져나가야한다는 얘기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지난 2011년 8월 기준순환일 정점을 찍은 뒤 46개월째 저점을 찍지 못하고 있다.
기준순환일이란 국민경제 전체의 순환 변동에서 국면 전환이 발생하는 경기전환점을 뜻한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생산소비 등 주요 경기지표, 경제총량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당시 경제상황, 경기관련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통계청이 설정한다.
우리 경제는 2009년 2월 저점을 시작으로 30개월의 확장기(경기 호전)를 지나 2011년 8월 정점을 찍은 제10순환기에 있다.
제10순환기 경기 확장국면에서는 정책당국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2009년 2분기부터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2009년 하반기 이후에는 수출도 상승세를 보였다.
경기는 2011년 8월 정점을 찍은 뒤 위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운 순환이었다. 하루빨리 저점을 찍고 다시 상승세를 타면되는 것. 그렇지만 우리 경제는 경기회복 둔화가 오래 지속되면서 저점을 찍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통계청은 1972년 3월~1975년 6월을 제1순환기로 기준을 잡고 통계를 내왔다. 지금까진 평균 경기하강 기간이 18개월 정도였다. 46개월째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것은 역대 최장 기간 기록이다.
앞서 최장기간 수축이 진행됐던 것은 1997년 외환위기가 속해 있는 제6순환기다. 당시 경기회복이 더디면서 수축기가 29개월이나 계속됐다. 이 때와 비교해도 최근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경기가 일정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횡보하고 있다"며 "2013년쯤에 저점을 찍을 줄 알았는데 전환점 판단이 늦춰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월별로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경제상황 및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유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1일 201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발표했다. 이전 전망치 3.5%에서 이례적으로 0.5%포인트나 낮춰잡았다. 내년도 전망치도 3.1%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구조개혁이 더딜 경우 올해 2%대 성장률도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구조적인 비효율성이 누적되면서 경제저변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좀 더 긴 시기에서 볼때 상당히 우리 경제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