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6월 이후 반토막 이상 떨어진 국제 유가가 반등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월가가 추세적인 상승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 유가가 폭락한 것은 공급 과잉이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석유 메이저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중단한 한편 감원을 통해 산유량을 축소하고 나섰다.
원유 저장 탱크[출처=블룸버그통신] |
월가의 투자 자금이 적어도 올해 말까지 유가의 강한 반등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1일(현지시각)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석유 업체들이 주식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166억9000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별도로 시장조사 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사무펀드 업계가 연초 이후 석유 가스 업계의 신생 기업에 투자한 자금이 206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월가의 자금이 석유업계로 유입된 데 따라 한계 상황에 몰린 기업들이 자금줄을 찾고, 파산을 모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급 균형을 통한 가격 안정에 월가의 ‘베팅’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석유 업계의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가장 필요한 것은 투자 자금이 아니라 업계 수급의 엄격한 통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은행 사이먼스 앤 코 인터내셔널의 피어스 하몬드 매니징 디렉터는 “이번 유가 하락이 과거 나타났던 사례와 다른 것은 석유 업계로 밀려드는 풍부한 유동성”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석유 업계 소기업인 럭스 에너지는 사모펀드을 포함한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전반에 걸쳐 초저 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유가가 고점 대비 50% 하락,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떨어지자 투자 매력을 느낀 투자자들이 앞다퉈 달려드는 양상이다.
덴버의 에너지 업체인 시마렉스 에너지의 폴 코러스 최고재무책임자는 “석유 업계로 밀려드는 자금 규모에 놀라울 따름”이라며 상황을 전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유가가 바닥을 찍었고, 본격적인 상승을 보이기 전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일정 부분 유가가 회복된 것이 사실이지만 추세적인 상승의 시기와 상승폭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이번주 비엔나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산유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