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유 기자] 당정이 공무원연금에 이어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어 논란의 불씨가 커질 전망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일 오전 당정협의를 갖고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노조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지나면 임금을 동결하거나 감축하는 제도다.
이날 협의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선동 의원 등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으며, 정부에서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고영선 차관, 권영순 노동정책실장, 이재홍 고용정책실장 등이 자리했다.
당정은 정년 연장과 청년실업을 같은 선상의 문제라고 인식했다.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시행되며 기업의 부담이 증가해 청년고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기업의 부담을 덜고 절감된 비용을 청년고용에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 '노동시장 개혁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 논의를 위한 새누리당-고용노동부 당정협의가 열린 2일 오전 국회에서 환노위 여당 간사 권성동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
임금피크제는 각 사업장의 노사가 합의해서 채용·인사·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인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할 사안이다. 이를 도입하기 위한 취업규칙 변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행법상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당정은 그러나 임금피크제와 관련, 기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노조 동의를 거치지 않고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지침을 만들어 임금피크제 도입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3년 '고령자고용촉진법'을 개정하며 정년 60세 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을 명시했고 '임금체계 개편은 임금조정'이라는 데 여야가 동의했다며, 임금피크제 도입은 이러한 법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선동 의원은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존 고용자 근로안정, 청년 고용 절벽문제 해소 내지 완화를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장려한다는 게 법 정신이고 청년고용절벽 해소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 방침에 대해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지난번 고령자고용촉진법을 개정하면서 정년 60세 연장과 동시에 임금체계 개편을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명시했다"며 "임금체계 개편에는 임금조정, 다시 말해 임금피크제가 포함돼 있으며 당시 여야 의원들이 전부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지금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들의 평균 범위 내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노동부가 대법원 판례에 비춰서 불이익 변경으로 보지 않겠다'고 해석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이라며 "새로운 행정입법을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정은 한정돼 있는데 청년 고용할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공공기관 같은 경우에는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년이 늘어나면 청년은 한 명도 고용 못한다"고 주장했다.
▲ '노동시장 개혁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 논의를 위한 새누리당-고용노동부 당정협의가 열린 2일 오전 국회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
이기권 장관도 임금피크제에 대해 "청년 취업의 어려움과 정년으로 인한 장년의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의 고용구조를 고용친화적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임금피크제와 함께 노동시장 구조개혁 쟁점인 통상임금과 근로시간단축 문제에 대해 "6월 국회에서 이 문제가 가급적 입법될 수 있도록 처리해주면 현장의 혼란 방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조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노위 야당 간사 이인영 의원은 뉴스핌과 만나 "임금피크제는 노사 자율로 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이나 법규 같은 것을 적용해서 강제적으로 노조 동의 없이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 초안을 제시할 예정이었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