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면세점이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급부상하면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유통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중인 유통업계에게는 거의 유일한 돌파구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면세점이 언제까지나 황금알을 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면세점 사업의 성장이 중국인 관광객 급증과 맞물린 만큼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마감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는 총 21개 업체가 출사표를 던졌다. 대기업 7곳을 비롯해 중소·중견기업이 14곳이 시내면세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입찰에서 면세점 사업권을 거머쥘 수 있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19개 기업은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면세점 경쟁의 이면에는 신사업에 대한 갈망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면세점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안정적 수익을 올리자 너도 나도 면세사업 진출에 나서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 유통업계를 대표하던 백화점·대형마트의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실제 면세업계의 성장은 눈부시다. 업계 1위인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는 2011년 2조348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기준 3조9494억원으로 두 배 가깝게 늘었다. 같은 기간 호텔신라의 면세유통부문의 매출은 1조5018억원에서 2조6122억원으로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미 이들 호텔에서 면세점의 매출 비중은 80%가 넘어간 상황.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旅客)의 증가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1년 222만196명에 불과했던 요우커는 지난해 612만6865명으로 세 배가량 늘어났다. 올해 4월 누적 요우커는 206만7872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요우커가 늘어나기만 할 것이냐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일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한국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유입됐다”며 “더불어 한류열풍이 불었던 것도 한국 방문에 큰 영향을 줬지만 이는 대부분 유통업계 경쟁력과 무관한 외부요인일 뿐, 언제든지 다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요우커의 감소가 기우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 엔저현상이 특수를 누리며 일본을 찾는 요우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일본 관광객은 한국과 대만이 1, 2위를 다퉜는데, 지난 3월에는 요우커가 33만명으로 한국과 대만 관광객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더불어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겉잡을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국 정부의 여행자제 판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메르스 공포가 더 확산된다면 관광객은 순식간에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지난 2003년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가 유행하며 외국인 관광객이 10% 이상 급격하게 감소하기도 했다.
이미 명동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던 일본인 관광객은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순식간에 증발해버린 상황. 시내면세점에 대한 기업들의 과열된 경쟁이 요우커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취한 것은 아닌지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는 중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