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 <출처=블룸버그통신> |
라구람 라잔 RBI 총재는 2일 정례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인 1일물 레포(RP)금리를 현행 7.5%에서 7.25%로 25bp(1bp=0.01%)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과 3월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금리인하다. 이번에 RBI는 지급준비율(CRR) 4%, 법정 유동성비율(SLR) 21.5%를 각각 동결했다.
라잔 총재는 "경기지표가 엇갈리고 민간투자와 신용증가세가 부진하다"며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다. 앞서 인도 신문 비즈니스스탠다드가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응답자 전원은 RBI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이날 금리인하로 인도 기준금리는 2013년 5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도 경제의 회복세는 최근들어 주춤해진 상황이다.
인도의 수출은 지난 4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4월 산업생산은 2.1% 늘어나는 데 그쳐 5개월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물가를 반영한 자본투자 대출 규모는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RBI의 목표치 상단 아래에서 머무르고 있는 점도 금리인하 배경이다. 4월 인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개월래 최저치인 4.87%를 기록했다. 당국은 내년 1월까지 인플레이션률을 6%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치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RBI는 추가 부양책을 내놓는 데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라잔 총재는 "오는 6월~9월에 있을 몬순(우기)이 인도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수적 전략을 가져갈 것"이라며 몬순이 미칠 영향을 확인한 후 추가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매년 6~9월 몬순의 강우량은 인도의 곡물 생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엘니뇨로 인한 폭염이 발생해 가뭄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인도 CPI 바스켓에서 식료품 비중은 47.6%다. 물가상승률 변동폭이 작황에 따라 널뛰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RBI도 이런 점을 고려해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RP금리를 기준금리로 취급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몬순 기간에 기준금리를 내린 적이 없다.
한편 이날 인도 주식시장은 RBI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RBI가 기준금리인 RP만 25bp 내리는데 그친 까닭이다. 시중 은행들의 지급준비율(CRR)은 4%로 유지된 점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또한 향후 금리 정책의 방향이 불확실해진 점도 은행주 약세를 이끌었다.
인도 S&P BSE 센섹스 지수는 오후 4시 58분 현재 449.11포인트, 1.61% 하락한 2만7399.88을 지나고 있다. 금융과 부동산, 자동차 등 금리변동에 민감한 업종이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