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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루머가 사실로…정부 '비공개 원칙' 불안 키운다

기사등록 : 2015-06-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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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관리체계 '허술'…정부·지자체 환자 및 의심자 통계도 엇박자

[뉴스핌=이진성 기자] 지난 2일 KTX오송역사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역 및 병의원이 담긴 포스터가 붙었다.  소셜네트워크(SNS)에서 돌던 루머와 일치하는 내용이다. KTX의 병원 실명 공개 포스터는 보건당국의 비공개 원칙과 상반된다. 이로 인해 보건당국의 병원실명 비공개원칙이 무너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 그리고 비공개 원칙으로 불투명한 정보가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불안감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3일 보건복지부 메르스 중앙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5명의  메르스 확진자가 추가됐다. 또한 의심자도 늘어 전국적으로 1364명이 격리 대상이다.  격리자 중에선  103여명은 기관에 격리됐고 1261명은 자가 격리된 상태다. 이 같은 수치는 전일에 비해 573명이 증가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에 대해  ‘제로베이스' 추적 관찰했기 때문에 증가한 것으로 판단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해 전염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여행객들이 검역소를 통과하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다만 이같은 통계에 의문은 따른다. 앞서 경기도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일 경기도내 메르스 의심자는 95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건소 및 병의원에서의 신고 접수된 수치라는 것이다. 같은 날 경기도내 메르스 의심 환자 수가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의심자(790여명)보다 더 많은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엇갈린 행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메르스환자가 발생한 지역 및 병의원을 비공개로 한다고 밝혀왔다. 지역내 혼란을 비롯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국고속철도(KTX)의 정차역인 오송역에는 메르스가 발병한 지역과 병원 안내를 담은 표지가 붙었다.  메르스가 발병한 지역과 병·의원을 공개하며 해당 지역 및 병의원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문구였다. 이 안내 표지는 오송역 관계자들이 직접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구에 나열된 11개의 병원은 보건당국이 루머라고 일축했던 병·의원과 거의 동일했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은 국민의 불안이 커질 수 있고 의료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원칙을 내세웠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병의원을 밝히게 되면, 메르스 감염병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며 "이 같은 피해를 두려워해 모든 병의원이 메르스환자를 거부한다면 치료받을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루머가 사실로 밝혀진 만큼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의 비공개 원칙이 더 큰 오해를 더 부른다는 것이다. 

오윤수 대한의사협회 국장은 "지난 2003년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사스)이 국내에 전파됐을 때 4명의 환자 가운데 단 1명도 사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 보건당국은 사스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예방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신종플루 당시 보건당국의 대처도 주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종플루가 국내에 발병했을때 메르스 처럼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첫 환자가 발생한 후 위험성이 커질 우려가 나오자 보건당국은 신종플루 관련 병원안내 및 지역 등을 공개해 더 큰 확산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보건당국의 단계적 조치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31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11일만에  7개 의료학회 등과 민관합동대책반을 구성했다. 당시 메르스 확진자는 15명이었고 129명이 격리대상이었다. 환자가 하루에 한명 꼴로 늘자 대책반을 꾸린 것이다.

아울러 3차 감염은 절대 없다던 보건당국의 예상과는 다르게 현재 3명으로 는 상태다. 국민 입장에선 지역사회로 전파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초기 보건당국의 예상과는 다른 국면에 처하자 불신은 가중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메르스와 관련한 종합정보를 사스와 신종플루 당시 처럼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소셜네트워크에서 돌던 루머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놀면서 국민들이 패닉상태에 빠지고 있다"며 "국민들이 실시간 상황을 알 수 있도록 관련 홈페이지 상에서도 정보를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건당국은 국민들에게 모든 것을 오픈하고 협조를 구해야한다"며 "불필요한 오해는 감출수록 커진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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