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와 채권국의 구제금융 협상 타결이 또 불발됐다.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유 자산 매각과 연금 축소 및 노동 개혁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요구했지만 그리스 급진좌파 정부는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기를 들었다.
막판 타결을 기대했던 증시는 하락 압박을 받았고,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고조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출처=블룸버그통신] |
의약품을 포함한 상품의 부가가치세를 11%로 인상하는 한편 전력을 포함한 일부 서비스에 대한 세금을 23%로 올려 GDP의 1%에 해당하는 18억유로의 자금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저소득 연금 수령자에 대한 혜택을 폐지해 2016년까지 8억유로의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국유 자산 매각과 노동 개혁안이 이번 채권국의 구제금융 합의안에 포함됐다. 채권국은 그리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구제금융 지원을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제금융이 집행될 경우 그리스 정부는 오는 7월과 8월 부채 상환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의 합의안을 ‘살인적인’ 제안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시리자를 필두로 그리스 의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스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어떠한 제안도 합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리스의 주요 언론 역시 고강도 긴축에 반발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몰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연금 삭감과 부가가치세 인상을 포함한 채권국과 IMF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외신은 그리스와 채권국이 몇 가지 사안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이 핵심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지만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그리스와 채권국이 오는 14일까지 최종 협상 타결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가 채무 상환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열흘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이달 만기 도래하는 총 15억유로의 부채 상환 만기를 이달 말로 몰아 한꺼번에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IMF에 제안했다.
협상 교착 국면이 지속되자 시간을 벌고 디폴트 위기를 모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대했던 협상 결과가 전해지지 않자 유럽 증시는 하락했다. 그리스의 ASE 지수가 1% 이상 내렸고, 영국과 독일 증시가 각각 1.31%와 0.69% 하락했다.
자산운용사 콤패스 캐피탈의 베네딕트 고트 대표는 “투자자들 사이에 그리스 위기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히 높다”며 “그리스의 향방이 오리무중이고, 이 때문에 증시 불확실성이 크게 고조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