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편성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정부가 추경에 신중한 이유가 재정건전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가계부를 만들 정도로 건전재정을 중요시하므로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추경을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메르스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보다 명확해져야 추경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사진)은 지난 7일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감안해 추경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현 단계에서 추경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경환 총리대행은 "만약 (메르스 사태가)장기화되면 세월호 사태처럼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제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고 메르스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관가 주변에서는 추경 검토설이 계속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수준에 머물고, 재정여력이 충분하므로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시장은 "최근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고 수출까지 급감하면서 성장잠재력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며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단기 경기부양 효과가 큰 재정정책(추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추경을 할 경우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인 재정건전성을 사실상 임기 내에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진다.
'건전 재정기조 정착'은 2013년 취임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140개 중 하나(40번째)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13년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성장률이 3.0%에서 2.3%까지 떨어지면서 추경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추경 편성으로 성장률은 2.3%에서 2013년 2.9%, 지난해 3.3%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2013년 추경 편성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대비 관리재정수지는 당초 -0.3%에서 -1.8%로 악화됐다. 올해도 확장적 재정기조로 GDP대비 -2.1% 수준까지 나빠질 전망이다.
올해 약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한다면 GDP대비 관리재정수지는 -2.1%에서 -4%대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3.8%) 수준까지 악화되는 셈이다.
정부는 당초 2018년까지 -1.0%로 억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올해 추경에 나설 경우 이마저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 2013년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2017년까지 -0.4%로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매년 연기되고 있다. EU기준으로 관리재정수지가 GDP대비 -0.5%까지는 균형재정으로 본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정부 최초로 공약가계부를 만드는 등 임기 내 건전재정 기조 회복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2013년에 이어 올해까지 추경에 나설 경우 적자재정을 만든 정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을 하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이미 추경에 맞먹는 확장적 재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만약 추경을 하게 되면 박근혜 정부 내 균형재정은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추가경정예산은 이미 예산을 짠 다음에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예산을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때 추경을 편성한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