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경제 지표 호조에도 독일을 필두로 유럽 증시가 하락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주 독일 국채시장이 1998년 이후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8일(현지시각) 독일 DAX 지수가 1% 이상 하락한 것을 포함해 유럽 주요 증시가 일제히 내림세를 나타냈다.
유로화 동전[출처=AP/뉴시스] |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압박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독일 국채 수익률 급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독일 국채 수익률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11년6개월래 최저치로 치솟은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설득력이 실리는 주장이다.
5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6개월만에 상승한 데 따라 지난주 1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은 장중 기준 1% 선을 밟은 뒤 일보 후퇴, 0.9%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변동성이 2012년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미텔브랑데버기시의 마이클 캐플러 주식 매니저는 “독일 국채 수익률 급등은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유럽 주식시장은 영웅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증시는 지난주 선진국 증시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MW와 다임러 등 주요 자동차 종목이 3월말 고점 이후 8% 이상 급락했다.
루저너 캔토날뱅크의 베노 갈리커 트레이더는 “연초 이후 고점을 꾸준히 높인 증시가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유로존 경제가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는 데 반해 증시가 휘청이는 것은 예상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시장 충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산 매입을 조기 종료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주식시장은 주목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앙은행과 싸우지 말라는 증시 격언과 달리 채권 시장 투자자들은 ECB의 자산 매입보다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팔자’에 나섰고 이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일으키는 양상이다.
국채 수익률이 경제 펀더멘털과 동떨어졌다는 것이 투자자들 사이에 중론이며, 경제 지표 호조가 지속될 경우 수익률 상승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한편 독일 4월 수출이 전월에 비해 1.9% 증가했고, 무역흑자가 223억유로로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생산 역시 전월에 비해 0.9% 증가하는 등 실물경기가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