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을 필두로 한 국채시장의 급변동은 유동성 위축에서 비롯된 교란으로,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데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 독일을 진원지로 한 국채 수익률 폭등은 앞으로 전개된 투매의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경고대로 극심한 변동성에 익숙해져야 할 때라는 얘기다.
◆ 유동성 문제 마침내 가시화
4일(현지시각) 1% 선을 밟은 독일 국채 수익률의 상승을 놓고 투자자들은 채권시장 전반의 유동성 위축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월가[출처=블룸버그통신] |
앞서 일명 채권왕 빌 그로스를 포함한 투자가들은 유동성 부족 문제를 강력하게 경고한 바 있다.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지표와 중앙은행 정책 행보를 매개로 촉발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UBS의 라민 나키사 전략가는 “채권시장의 유동성 부족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유동성이 마비 증세를 보이면서 매수와 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100bp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이 ‘팔자’에 나설 때 공격적인 동반 매도를 불러일으키고, 수익률 폭등을 야기한다는 설명이다.
트랙의 로버트 세이비지 최고경영자 역시 “유럽을 필두로 미국과 이머징마켓까지 채권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보뱅크의 엘윈 드 그루트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유동성 부족이 국채 수익률 상승을 더욱 증폭시키는 양상”이라며 “시장의 깊이가 지극히 얕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율리우스 바에르의 크리스틴 가티커 리서치 헤드는 “유럽 채권시장의 자금 배분에 균형이 깨진 상태이며, 왜곡도 심하다”고 진단했다.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치솟은 데 따라 글로벌 국채시장에서 지난 3월말 이후 6260억달러의 자금이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집계하는 월드 국채 인덱스는 6월 첫 3거래일 동안 1.2%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국채 매도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유로존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보다 뚜렷한 상승 신호를 보일 경우 투자자들 사이에 금리상승에 대한 경계감이 상승, 투기적인 매도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의 이타이 골드스타인 교수는 “주식펀드보다 채권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더욱 공격적인 매도에 나서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 펀드의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 왜 독일 국채인가
4일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 선을 밟은 뒤 0.84%로 후퇴했지만 이틀간의 손실 규모는 유로존 출범 이후 최대 기록을 세웠다.
왜 독일 국채가 극심한 시장 혼란의 진원지로 부상한 것일까. 빌 그로스의 진단대로 일생일대의 매도 기회라는 투자 전략 측면의 접근보다 복잡한 요인이 얽혀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US 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댄 헤크만 채권 전략가는 “독일 국채가 미국 국채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는 바로미터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1년 사이 미국의 회복 부진과 유로존 및 일본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을 판단하는 잣대로 미국 국채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유로존의 양적완화(QE)와 이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는 투자자들 사이에 보다 높은 신뢰를 얻고 있고, 이 때문에 독일 국채가 미국 국채를 제치고 선행 지표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얘기다.
스탠더드 은행의 스티브 바로우 전략가는 “유로존의 경제 지표 개선과 QE에 따른 국채 가격 단기 급등이 독일 국채 수익률 급등의 표면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주식을 포함해 독일 국채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져야 마땅한 자산이 다수에 이른다”며 “독일 국채 가격의 급락은 다른 자산의 조정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