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신흥시장 채권 매도세 등을 통한 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부각될 전망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시장 채권 매도 규모가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테이퍼링 검토 발표 이후 최대치인 44억달러로 급증했다.
신흥국 가운데 터키의 경우 최근 수익률이 올해 초 8.7%대에서 9.7%로 1% 포인트 상승했고 멕시코 국채 수익률도 6.28%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WB)의 분석에 따르면 연준의 정책 변화로 인해 신흥시장으로 자금 유입 규모가 최대 8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나친 채권 발행, 특히 외화표시 채권 발행은 지역시장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도 내놓았다.
IIF의 집계 자료에서 보이듯 최근 신흥시장 채권에 대한 수요부진 현상은 글로벌 채권시장의 혼란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독일 국채인 분트채 금리 급등이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률 부진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취약해진 시장에 충격을 부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국인 브라질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이 같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이와 함께 달러 강세로 인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신흥국들은 만기도래한 달러화 채권을 상환할 경우 외환 보유고가 취약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타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에서 지난 2013년 벤버냉키 미국 연준의장이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 축소와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와 유사한 혼란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버냉키 의장이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를 통한 채권매입 규모를 점차 축소하겠다고 밝힌 뒤 신흥시장에서 급격한 자금 유출이 촉발된 바 있다.
시장분석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신흥국들이 발행한 채권 물량은 약 2100억달러 수준을 기록, 지난 2010년 같은 기간의 발행량 1210억달러보다 약 두 배 가량 늘어났다.
폴 맥나마라 GAM 펀드매니저는 "2년여 전 테이퍼링 조치 이후 신흥시장은 상대적 안정성을 보였다"며 "하지만 몇개월 뒤면 미국의 제로 기준금리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신흥국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통해 은행 채무를 대체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이들 기업의 디폴트 비율도 올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신흥시장 채권 발행량은 미국 고금리 채권 발행량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맥나마라 펀드매니저는 "신흥국 채권 급락사태에서 우려되는 것은 회사채"라며 "별다른 배경 지식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자금이 신흥시장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