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대표 노동조합인 기업 노조 홈페이지가 폐쇄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자동차 회사의 노조 홈페이지 폐쇄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르노삼성이 유일하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전경<사진 = 르노삼성차> |
이후 2월 6일에는 르노삼성차 노조 애플리케이션이 개설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사측이 승소한 다음날이다.
르노삼성차는 노조 홈페이지 폐쇄에 대해 회사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내부적으로 홈페이지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서 폐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생산직 사원들이 회사에 와서 (노조 홈페이지 방문을 위해) 컴퓨터를 보기 어렵다”면서 “컴퓨터 대신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생산직 라인에는 직원 15~20명당 컴퓨터 1대씩이 있는데, 생산 과정에서 직원들이 컴퓨터를 통해 노조 소식을 보기 어려운 만큼, 애플리케이션을 소통 도구로 쓴다는 것이다.
노조측도 “노조 관리의 편의를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했고, 사측의 압력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차 노조 홈페이지 폐쇄에 대해 지난해 영업이익을 대폭 개선한 사측이 올해 임단협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차는 14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치솟은 실적으로, 2007년 이후 최대치다. 이에 따라 노조도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과 통상임금 등을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앞서 르노삼성차는 지난 2월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보전팀을 분사 형태로 아웃소싱하기로 하면서 노조와 마찰을 빚어왔다. 또 지난해 말에는 경합금팀과 공무팀을 사측이 노조와 협의 없이 해체하는 등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르노삼성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노사갈등 외에도 기업 노조와 금속노조 사이의 갈등이 있는 등 노사 관계가 많이 안 좋은 상황”이라며 “사측은 지난 3월부터 임단협 대책에 대해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르노삼성차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에서 90% 찬성율을 보였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의 70% 찬성율을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르노삼성차 노사 임단협이 지난 2002년 회사 출범 이후 사상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차 노조 홈페이지가 폐쇄된 것은 노사 임단협 과정의 정보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속내”라며 “홈페이지를 사측이 폐쇄했든, 노조가 폐쇄했든 간에 소통 없는 기업 문화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