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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 들인 공무원 메신저 '바로톡', 바로 퇴출될라

기사등록 : 2015-06-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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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만 90% 사용…대부분 부처는 존재 자체도 몰라

[편집자] 이 기사는 6월17일 오전 9시45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DN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새 부서에 발령을 받은 기획재정부 A과장은 오전에 부하 직원으로부터 카카오톡(이하 카톡) 대화방에 가입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A과장은 짐 정리, 업무인수인계 등을 하느라 깜박 잊고 있었다. 그러다 상사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왜 카톡방에 안 들어오냐"는 전화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국민 메신저'가 돼버린 카톡은 공무원 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부처에서 주요 공지사항이나 업무지시, 심지어 중요 업무자료 전송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모든 부처가 실·국별 카톡방부터 과별 카톡방까지 카톡으로 촘촘히 얽혀있다. 이에 A과장처럼 새 부서에 전입오면 여러 카톡방에 가입하는게 첫번째 할 일이다. 가입하지 않으면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공무원들의 카톡 활용은 과천청사 시절부터 이어졌지만 세종청사로 내려오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실·국장들이나 과장들이 서울 출장이 잦아 업무용PC를 이용한 보고나 지시, 파일전송 등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한 사무관은 "과장과 국장이 서울에 자주 가다보니 자리를 비울 일이 많아 주요 자료들은 사진으로 찍어서 카톡을 이용해 카톡방이나 개인적으로 전송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공무원들이 카톡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카톡을 통해 보안사항이 누출될 수 있어 보안규정으로 사용을 금히고 있다.

17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정보보안기본지침 제42조에 보안규정상 민간 메신저를 통한 업무자료 유통 금지를 규정했다. 이에 행자부는 지난해부터 카톡을 대체할 공무원 전용 모바일 메신저 계획을 수립하고 1억6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바로톡'을 개발했다.

바로톡은 현재 행자부,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청, 충남도청, 종로구청 등 6개 기관 공무원 대상으로 지난해말부터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 행자부는 이달말부터는 중앙부처 및 지자체 등 행정기관 모든 공무원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행자부는 바로톡에 대해 공무원들이 이동 출장 중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긴급한 보고서나 업무연락 자료 등을 공유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일할 수 있는 모바일 행정시스템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바로톡은 행정전자서명 인증을 통해 공무원만 이용이 가능하고, 개인정보와 대화내용이 철저히 보호되도록 만들어졌다. 또 스마트폰 분실시에도 PC에서 회원을 탈퇴하면 이전에 나눴던 모든 대화 내용이 삭제되게 개발됐다.

문제는 바로톡을 쓰는 공무원은 행자부 공무원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불편하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아예 존재자체를 모르는 공무원들도 많았다. 

경제부처의 한 서기관은 "카톡방을 주로 쓰고 바로톡은 쓰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며 "나도 쓰고 있지 않고 바로톡을 사용하라는 안행부의 공문도 못 봤다"고 전했다.

바로톡을 쓰는 공무원들이 거의 없어서 행자부는 지난 1월말 시범서비스를 실시중인 6개 기관을 대상으로 바로톡 활용 사용자교육도 실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참석자도 매우 적었다는 후문이다.

바로톡을 써봤다는 한 서기관은 "바로톡은 보안문제 때문에 와이파이를 쓸 수 없게 돼 있다"며 "만일 저렴한 데이터요금제를 쓰고 있는 공무원들은 추가 비용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바로톡은 아이폰에서 구동이 되지 않는 반쪽짜리 앱이다. 국가정보원이 악성코드 침입을 막는 모바일 백신 등 추가보안 수단이 없는 아이폰에 바로톡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실성 없는 정책에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공무원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행자부는 개인적인 카톡 사용까지는 막을 수도 없고, 막지도 않겠지만 업무용으로는 바로톡을 사용하자는 게 기본 취지라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 짧은 기간에 개발하다보니 미흡한 점이 많다며 내년에도 바로톡 관련 예산을 반영해서 아이폰에서도 쓸 수 있게 하는 등 지금까지 나온 불편사항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자부 관계자는 "바로톡은 편리성보다는 보안을 강화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서비스가 민간기업이 만든 카톡보다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투박한 인터페이스 등 불편사항을 수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행자부는 바로톡을 90%가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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