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자사주를 활용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야당의원들이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이런 법안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엘리엇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반대처럼 외국계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상장사가 자사주를 매각하려면 원칙적으로 미리 소각을 하거나 각 주주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주식 수에 비례해 배분토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는 합병 분할 분할합병 등을 할 때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거나 주주에게 배분해야한다.
현행 상법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지주회사로 귀속되는 사업회사 주식은 의결권이 살아난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는 자사주 보유비율 만큼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 확보가 가능해 진다.
과거 SK, LG, 한진 등 대기업들이 이 상법 조항을 활용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오너와 지주회사의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것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시 자사주를 이용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주주평등주의가 훼손되고 있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회사의 합병 등을 하는 경우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국내에도 이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2월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회사가 인적분할을 할 경우, 기존 자사주에 대해서는 신주 배정을 금지토록 하는 내용의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편, 재계는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황이라 이들 법안에 더욱 우려하고 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지난 달 열린 한 토론회에서 "소유비율의 왜곡이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분할시 자기주식에 대해 분할신설 또는 분할합병회사의 신주를 배정하지 못하게 할 합리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의원실 관계자는 "삼성이나 현대, SK 등 재벌기업들이 자사주의 기본도입 취지가 있는데, 도입 취지를 넘어 자사주를 활용해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경영권 승계에 활용하는 케이스가 있어왔다"며 "올해 초부터 법안을 준비했고, 삼성물산을 겨냥한 법안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