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남현 기자] 저금리상황이 지속되면서 예금에 묶여있던 자산이 주식 등 투자쪽에 몰릴 것이라는 기대가 보기 좋게 엇나가고 있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등에 따른 대외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1.50%로 인하하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고, 그 효과가 1차적으로 자산시장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막상 자금흐름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돈이 개인금고 속으로만 숨어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대외불안감이 해소되면 이같은 현상은 조금씩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렇다고 자금이 급격히 위험자산쪽으로 쏠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미 금리인상에 대비한 채권형 펀드나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안에서 내놓은 비과세 검토안을 감안하면 해외펀드에 관심을 가져볼만하다고 조언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중 가계와 비영리단체는 사실상 현금과 마찬가지인 통화와 예금을 25조4880억원이나 늘렸다. 이는 지난해 2분기(4~6월) 25조9000억원 증가이후 9개월만에 최대치다. 부문별로는 결제성예금이 3조300억원, 제2금융권 1년이상 예금이 포함된 예금취급기관 장기저축성예금이 11조5150억원을 차지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란 소규모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일반가계와 소비자단체, 자선·구호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학술단체 등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 비영리단체를 의미한다.
<자료제공 = 한국은행> |
주식직접투자 등이 포함된 거주자 발행주식 및 출자지분에는 9860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쳤다. 단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가 포함된 투자펀드지분은 5990억원 늘었다.
문소상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의 개별성향에 따라 달라 일관된 행태를 해석하긴 어렵다”면서도 “미국 금리인상과 그리스 불안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비은행 예금 금리가 통상 은행쪽 예금보다 1%포인트 가량 높다는 점에서 저금리시대 금리메리트가 부각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 총괄 팀장도 “근본적으로 하반기 이후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미 연준(Fed) 금리인상시 투자형 상품쪽에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주가상승에 따른 이익실현후 대기성 자금으로도 전환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주식과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하다고 보는 쪽은 극히 일부다. 이 경우 잃어버린 일본처럼 자금 수요가 투자형보다는 은행등 금융형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은행권이 계좌이동제 등을 앞두고 자금을 예치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을 것으로 보여 이같은 현상이 추세적일 것 같지는 않다. 정부가 투자형 상품에 대한 세제상 형평성 등을 보완해준다면 자금흐름의 구조도 정부 의도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 WM(자산관리) 수석팀장은 “비영리단체 고객이 있는데 과거 고금리를 노릴수 있었던 동양 회사채 등에 투자했다 어려움을 겪은바 있다. 이후 자금운용이 보수화되는 성향이 있다. 또 기준금리 인하가 마무리돼 간다는 점,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자금을 일단 단기쪽에 파킹해두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최근 주식도 많이 올랐지만 생각보다 자금 로테이션을 주저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 금리인상에 기댄 미 금리연동채권이나 정부의 해외펀드 비과세 방침에 따른 해외펀드 등에 관심을 가져볼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채권형 펀드인 미국 금리연동 특별자산펀드 소위 뱅크론펀드는 미국의 대출채권에 연동한 것으로 연준 금리인상시 수익을 낼수 있는 구조다. 현재 평균 금리가 6%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날(25일) 기획재정부가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를 추진한다고 밝힘에 따라 이에 대한 상품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