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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격돌' 삼성·엘리엇, 나란히 아킬레스건 노출

기사등록 : 2015-07-0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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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소수주주권 행사 어려워져..삼성, KCC 의결권 미확정

[뉴스핌=김선엽 기자] 법원의 가처분 판결 이후 삼성물산과 엘리엇, 양쪽의 취약점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일단 겉으로 볼 때 상처를 입은 쪽은 엘리엇이다. 엘리엇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한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문제를 법원이 정면으로 배척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6개월 이상 지분 보유’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엘리엇에게 상법상의 소수주주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엘리엇은 주주제안권, 이사해임건, 주총 소집권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경영권 간섭을 위해 활용하는 수단 중 상당수를 상실한 셈이다.

삼성 역시 내심 불안하다. 백기사 KCC에게 매각한 5.76%의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의결권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도 삼성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심문에 삼성물산 측 김용상 변호사(오른쪽)와 엘리엇의 법률 대리인 최영익 변호사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또 엘리엇이 상법상 유지청구권을 보전받아야 한다며 삼성물산 이사진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각하결정을 내렸다.

다만,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매각하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오는 17일까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우선 법원이 주총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에 대해 "문제 없다"고 결론내린 점은 삼성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엘리엇이 이번 분쟁을 통해 제기한 핵심 주장에 대해 법원이 확실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 매우 명확했다"며 "그동안 엘리엇이 주장한 '불법 합병' 논리를 완전히 배척했다"고 말했다.

엘리엇 입장에서 또 하나 뼈아픈 대목은, 엘리엇이 제기한 상법상 유지청구권에 대해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유지청구권 등 소수주주권은 과거 SK-소버린 사태나 KT&G-칼 아이칸의 분쟁시 외국계 헤지펀드가 즐겨 사용한 경영권 공격 수단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이달 중순 임시주총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그 이후 삼성을 향해 다양한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엘리엇은 향후 소수주주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소수주주권은 상법 특례조항과 일반조항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특례조항과 일반조항 중 어느 한쪽만 충족하면 유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과 특례조항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왔다.

하지만 이번 가처분 신청을 심리한 서울지방법원은 후자의 손을 들어줬다. 다시 말해, 유지청구권을 행사하는데 있어 '6개월 이상 지분 보유'라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을 다른 소수주주권 조항에까지 확대 적용할 경우 엘리엇은 상법상 ▲ 소수주주에 의한 소집청구 ▲ 회사의 업무, 재산상태의 검사 ▲ 주주제안권 ▲ 이사 해임 ▲ 회계장부열람권 ▲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 제기 등의 카드를 쓸 수 없다.

이와 관련 업계 한 변호사는 “단순히 하급심 판결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가처분 법원의 판사는 고등부장급이기 때문에 향후 다른 판결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삼성물산 역시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KCC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에 대해 엘리엇이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에 대해 법원이 결론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당초 법원은 엘리엇이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신청건에 대해 1일 오전까지 함께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하지만 전일 법원은 입장을 바꿔, KCC건에 대해서는 임시 주총이 열리는 17일 전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법원의 심리가 길어지는 것이 삼성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다. 만약 KCC의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질 경우,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합병안 통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또한 오는 3일 의결권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다가 이에 앞서 2일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 역시 삼성으로선 불편한 대목이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역시 전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아직 모른다"며 "표 대결 결과를 열어봐야 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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