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미국의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가 세계 최대 호텔체인 힐튼에 맞먹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집도 절도 없이 밑바닥에서 이 회사를 키웠지만, 지금도 무주택자인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체스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6월27일 15억달러(약 1조6802)억원 가량의 투자 유치작업을 마무리지으면서 기업가치가 255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세계 1위 호텔체인 힐튼의 277억달러와 근소한 차이로 경쟁사 익스피디아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형 호텔체인인 메리어트(209억달러)나 스타우드(140억달러), 윈드햄(100억달러)은 이미 앞질렀다.
다우존스벤처소스에 의하면, 비상장 신생기업(스타트업)이 단일 투자유치 행사에서 15억달러 이상을 펀딩한 경우는 우버와 알리바바, 페이스북 그리고 에어비앤비를 제외하면 없다.
세 명의 미국 청년들이 캘리포니아의 작은 방에 놓인 싸구려 매트리스 3개와 시리얼로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리는 매력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셈이다.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 브라이언 체스키는 누구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는 절박했던 주머니사정에도 예술가로서의 자유로움을 끊임없이 추구했다.
그러던 2007년 체스키는 무작정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그곳에는 대학 동창이자 당시 백수(무직)이던 친구 조 게비아가 살고 있었다. 체스키는 게비아의 아파트에 머물며 디자인 관련 회사를 창업할 계획이었다.
계획은 좋았지만 문제는 예산이었다. 당시 체스키의 전 재산은 1000달러였는데 지불해야 할 월세가 이보다 많았다.
그 때 떠오른 생각이 바로 자신처럼 가난한 디자이너들에게 저렴하게 방을 빌려줘 월세를 벌자는 것이었다. 체스키는 2주 후에 있을 미국 산업디자인 협회 콘퍼런스에 참석할 디자이너들이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숙박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두 친구는 침대 매트리스 3개를 구해 거실의 숙소를 빌려주는 임대업을 시작했고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 이것이 바로 에어매트리스(숙박)와 아침식사(Air Bed and Breakfast)의 결합을 의미하는 에어비앤비(Airbnb)의 효시다.
이후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개발자를 채용해 앱을 개발하고, 사업 모델을 더욱 가다듬어 투자자들을 찾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저렴한 호스텔을 두고 굳이 위험한 남의 집에서 숙박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였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2009년 폴 그래험이 이끄는 신생기업 인큐베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체스키를 포함한 동업자들은 직접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예약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고객의 입장에서 사업을 대하고 문제점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강점이 바로 디자이너로서 체스키의 능력과 직관이다. 체스키는 숙박업에 있어 숙소를 더욱 매력있게 담을 고화질 사진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뉴욕 진출을 앞두고 에어비앤비 참여 의사를 보인 집을 일일이 방문하고 직접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
시장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하자 체스키는 본격적인 차별화 전략에 나선다. 그는 전 세계에 위치한 독특한 집들을 찾아 나섰고 집 주인이 나온 사진을 게재해 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이처럼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노력 끝에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수직 상승했고, 브라이언 체스키 역시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체스키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올해 초 미국 경영 주간지 포브스가 발표한 재산 10억달러 이상 '억만장자클럽'에 합류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소유한 집이 없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아파트를 예약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중이다.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으며 소비자들이 최고의 경험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 체스키 CEO는 "에어비앤비의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에어비앤비는 어떤 기업
에어비앤비는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와 함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공유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다. 지난 2008년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전 세계 190여개국, 3만4000여개에 이르는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적 여행객은 1500만명을 돌파했으며 등록된 숙박정보는 140만개에 육박한다.
에어비앤비는 사이트와 앱을 통해 이뤄지는 예약 건당 수수료 3%와, 예약확정시마다 이용고객에게 6~12%의 서비스 수수료로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9억달러로 제시했다. 오는 2020년에는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3년 매출이 2억5000만달러였다는 점에서 놀라운 성장세다. 이는 지난 2년간 90%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에 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가 항상 세간의 찬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의 쌍두마차 우버와 함께 공유경제가 만들어 낸 거품 혹은 기존 산업 생태계의 '파괴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브코의 샘 하마데시 CEO는 "실리콘밸리 모든 기업이 좁은 사모시장의 미친 돈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다"며 "공적시장에서 그만한 과대평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50억달러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버와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등에 고평가를 내려온 민간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프리브코에 의하면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1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낼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납부를 둘러싼 당국과의 다툼도 현재 진행형이다.
앞서 뉴욕 대법원은 지난달 15일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 주 법무장관이 제시한 에어비앤비 이용자 수천명의 정보를 요청한 소환장을 집행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슈나이더만 법무장관은 뉴욕 주 호텔 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입증할 정보를 수집하기 전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뉴욕 주 호텔 법은 거주자가 집을 비울 경우, 30일 미만의 기간 동안 집을 빌려주지 못하게 정하고 있다.
앞서 슈나이더만은 지난 3년간 에어비앤비의 세금 미납으로 뉴욕 주와 뉴욕시가 수천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로 소환장을 발부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