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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사외이사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개선단 아냐"

기사등록 : 2015-07-0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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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사외이사 의견 청취" 촉구

[뉴스핌=김연순 기자] 국민연금의 삼성합병에 대한 찬반 의사 표명이 임박한 가운데 삼성물산 사외이사들이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개선단이 아니다"라며 합병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촉구했다. 국민연금의 목적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수익을 좀 더 창출하는 것인 만큼 '명분(지배구조 개선)보다는 실리(국민연금 수익 제고)'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사외이사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8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국민연금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려고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 (보유 주식의) 주가가 오르는 방향으로 손해를 보지 않는 쪽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본분이 아닌가"라며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지배구조의 전도사가 아니고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올라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인 만큼 주가가 오르는 방향으로 합병 관련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합병 발표 이후 실제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꽤 많이 올랐다"면서 "국민연금은 충분히 상황을 분석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협의회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확신한다"면서 " 국민연금과 합병 설득을 위해 충분히 접촉하고 있고, 장기투자 입장에서 어떤게 주가에 보탬이 되냐고 질문하면 성실하게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10일 경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회(이하 투자위)를 열고 합병 찬반을 내부에서 결정할 지, 외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이하 의결권위)로 넘길 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의결권 11.21%를 보유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선택이 삼성 합병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대해 지난 7일 국민연금에 반대를 권고했다.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s Services) 역시 이미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바 있어 이번 건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자문계약을 맺은 2개 기관이 모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이들 두 기관 모두 1대 0.35의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들어 합병에 반대했다.

이번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합병 반대 권고안에 대해서도 삼성물산 사외이사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또 일부 사외이사는 국민연금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외이사의 목소리를 배제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삼성물산 사외이사인 이종욱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은 "지배구조연구원이 시키는 대로 하면 선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악"이냐면서 "(삼성물산) 의사록을 보면 알겠지만 지배구조연구원이 하는 것보다 이사회에서 훨씬 더 투명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사장은 이어 "(합병 반대의견을 냈지만) ISS에선 사외이사를 불러 객관적 의견을 달라고 했는데 국민연금에선 우리 의견을 묻지도 않고 ISS, 지배구조연구원 얘기만 듣고 있다"면서 "사외이사들 만나서 이야기 한번 해봤나. 그게 국민연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국민연금이 현명한 결정을 하리라고 보고 있고, ISS보다 훨씬 우리나라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합병비율이 불리하다고 결론을 내면 의도가 한쪽으로 쏠려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일 ISS 보고서 발표를 보름 앞둔 지난달 19일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과 이종욱 이사장, 윤창현 교수 등 사외이사 2명은 ISS 싱가포르 아시아 사무소와 컨퍼런스콜을 2시간30분 동안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사외이사들은 ISS의 이사회의 독립적 의사결정, 역할, 시너지에 대한 문의에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외이사들은 "독립된 의사결정에 대해 충분히 얘기했고, 장기 불황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했을 때 삼성물산이 어떻게 지속 성장을 위한 도약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우리만큼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합병을 승인해주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였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당시 ISS에서 "생각치도 않은 정보에 대해 고맙다"고 전하는 등 당시 컨퍼런스콜 분위기는 매우 좋았지만 보름 후 ISS는 결국 합병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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