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들이 러시아 중부 도시 우파에서 지난 8~9일 열린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마무리하면서 회원국 간 협력 강화 합의 등을 골자로 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회의에서 브릭스 정상들이 최근 중국 증시의 급락과 그리스 위기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금융시장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시가 폭락장을 연출하면서 원자재가격도 급락하자 원자재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브릭스 국가들도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브릭스 5개국 정상.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나렌드라 모디(인도), 지우마 호세프(브라질), 시진핑(중국), 자콥 주마(남아프리카공화국). <출처=블룸버그통신> |
5개국 정상들은 중국 증시의 급락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참석차 파견된 대표단들은 브릭스 국가들이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아 중국 증시 폭락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원자재 가격 급락은 중국 증시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증시 과열이 세계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줬다"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러시아에도 즉각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상공회의소 대표이자 브릭스 기업위원회 회장인 세르게이 카트린은 "중국 증시 폭락도 회의 일부분에서 논의됐다"며 "다만 중국 정부가 이를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다른 고위 대표단은 비공개 회의 석상에서 5개국 정상들이 중국 정부의 시장 통제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의 패닉 장세를 저지할 만한 자금력과 경험, 정책적 확신을 갖고 있으며 현재의 널뛰기 장세는 자본시장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이라는 것이다.
남아공 공공전력회사 에스콤의 브라이언 몰레페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증시 급락세는 브릭스 회원국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선에서 개입이 있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그러나 지금 브릭스의 관심사는 개발은행과 통화 공동 출자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맛 신개발은행(NDB) 초대 총재 |
은행 본부는 중국 상하이에 세워질 예정이며 임기 5년의 초대 총재로는 쿤다푸르 버만 카맛(Kundapur Vaman Kamath, 67세) 전 인도 공업신용대출투자은행(ICICI) 행장이 선출됐다. 법정 자본금 1000억달러는 회원국들이 20%씩 분담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브릭스는 회원국들의 금융위기 시 긴급 외화 지원을 하기 위한 1000억달러 위기대응기금을 조성하는 절차도 서두르기로 했다. 이는 브릭스 회원국의 '소규모 국제통화기금(a small version of the IMF)'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고 러시아 재무장관이 현지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에서 "신개발은행과 위기대응기금의 창설 과정이 마무리된 것을 환영한다"며 "신개발은행은 브릭스 회원국의 운송 및 에너지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을 할 것이며 내년부터 첫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