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그리스 정부가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시나리오대로 개혁 리스트를 제출했다. 12페이지에 달하는 개혁안이 그리스와 유로존을 살리기 위한 구제금융 합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9일(현지시각) 그리스 정부는 향후 2년 간 130억유로(약 16조3000억원) 규모의 긴축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제출했다.
제출된 개혁안은 그리스 구제금융 모니터링 기관들이 타당성을 검토한 뒤 11일 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유로그룹)로 넘어간다. 이후 유로그룹이 3차 구제금융 논의를 위해 충분한 개혁 내용이 담겼다고 판단되면 12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모여 최종 합의를 시작하게 된다.
이에 앞서 그리스 의회는 9일 늦은 밤부터 3차 구제금융 이행에 앞서 실시돼야 할 '우선조치(prior actions)'를 검토하며, 10일에는 세수 증대 및 연금 개혁관련 법안을 의회에 상정해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의회가 10일 오후까지 우선조치를 승인해야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도 구제금융 합의를 이어갈 수 있다.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총 12페이지에 달하는 개혁안은 부가가치세 개혁과 2019년 12월까지 저소득 연금 지급자에 추가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연대 보조금(solidarity grant)'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리스 구제금융 관련 회의론을 극복하고 유로존 내에서 그리스 신뢰 재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프랑스 정부 역시 이번 개혁안 작성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로존 관계자들에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비용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합의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유클리스 차칼로토스 그리스 신임 재무장관은 개혁안과 함께 제출한 서한에서 연금 개혁 및 세금 인상 등 일부 개혁조치는 다음 주 초 당장 밀어 부치겠다며 "채권단과의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새로 제출된 개혁안이 2주 전 채권단이 요구했던 양보안 내용과 상당 부분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일주일 전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으로 거부당했던 개혁안을 다시 내민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치프라스 총리가 이번에 제시한 개혁안은 당장 시리자당 내에서 강력한 반발에 마주할 가능성이 있고, 독일 등이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어 긴장이 남은 상황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3차 구제금융 합의가 나오기 전에라도 그리스가 당장 개혁에 착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말만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잃어버린 신뢰를 재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