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7월 9일 오전 10시 29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했습니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올 상반기 상품시장은 부문별로 상승·하락이 엇갈렸으나, '위너'는 단연 에너지 부문이었다.
하지만 상반기 마지막 달 6월부터 불거진 그리스, 중국 발 우려와 이란 핵협상 타결 가능성 등 각종 악재로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크게 흔들리면서 하반기 전망이 어두워졌다. 이 가운데 엘니뇨 등 기상이변에 따라 하반기 선두주자는 '농산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9개 주요 국제상품 가격을 종합한 CRB지수는 지난 6월 한 달간 1.8% 상승했고, 24개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S&P GSCI지수는 0.4% 올랐다. 올해 상반기 기준 CRB지수는 1.21% 하락한 반면, S&P GSCI지수는 5.40% 올랐다.
부문별로는 상반기 중 11.66% 오른 에너지가 돋보였다. 특히 휘발유가 45.59% 상승하며 주요 원자재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두바이유(13.11%)·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11.64%)·브렌트유(10.92%)도 수익률이 양호했다.
반면 금속의 경우 상반기 중 9.61% 하락했다. 주석은 28.25% 밀리면서 상품시장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으며, 니켈(-20.92%)·알루미늄(-8.72%)·구리(-8.49%) 등도 부진했다.
◆ 휘발유 'Up' vs 주석 'Down'
올해 상반기 상품시장에서는 휘발유를 비롯한 에너지 부문이 선전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드라이빙 시즌을 맞은 수요 증가가 가격 하락 압력을 상쇄했다.
휘발유는 지난 6월 드라이빙 시즌 등 계절적 요인에 힘입어 전월대비 0.2%, 올해 상반기 기준 45.59% 상승했다. 미국에서 휘발유 수요는 6월 들어 하루 평균 948만배럴로 증가했다. 이는 전년 동월대비 6.5%, 전월대비 3.1% 증가한 수준이다.
휘발유를 포함한 석유제품 수요는 6월 중 하루 평균 2015만배럴로 전년동월 대비 9.1%, 전월대비 2.8% 증가했다.
두바이유는 전월대비 0.7% 내린 60.91달러로 6월을 마무리했다. 월 중반까지는 큰 등락 없이 62달러 내외를 유지했으나, 월말 들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결렬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상반기 기준으로는 13.11% 올라 휘발유 다음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상반기 기준으로는 11.64% 올랐다. 다만 지난 6월 동안에는 60달러 내외에서 횡보하다가 월 후반 59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브렌트유는 그리스 사태와 중동 생산증가 등이 겹치며 전월대비 3% 하락했고, 상반기 기준으로는 10.92% 상승했다.
반면 주석·니켈을 포함한 금속 부문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주석은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해 전월대비 10.8% 하락, 연초대비 28.25% 하락했다.
인도네시아의 주석 수출 규제정책이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 못해 가격 지지에 실패한 것이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도네시아는 수출 규제에도 주석 수출이 전년대비 증가하고 있으며, 주 수입국인 중국은 자국 내 공급 과잉으로 주석의 생산과 수입을 모두 줄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견조했던 반도체 운송량이 2분기 들어 급감한 것도 주석의 가격 하락세를 이끌었다. 현재 주석 시장은 구조적인 장기 공급 과잉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하반기 유가 전망 침침…농산물 오른다
에너지 가격이 올 상반기에 시원스러운 랠리를 연출했지만 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에너지정보청(EIA)·석유수출국기구(OPEC)·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기관들은 6월 월간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올해 미국을 포함한 비(非) OPEC 회원국의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원가는 하락한 반면 유가는 2분기에 반등해 비 OPEC 회원국의 생산 전망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원유시장의 초과 공급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 핵 협상 타결도 유가에 중장기적인 하락 요소가 될 전망이다. 협상 타결 시한은 기존 6월 말보다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타결이 될 경우 이란의 원유 생산과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현재 에너지 시장의 초과공급 상태가 심화되면서 유가 반등에 장기적인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하반기 상품시장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엘니뇨로 폭우나 가뭄 등 이상기후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하반기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 기상청은 올 여름 강력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엘니뇨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으로 동남아, 호주, 동부 아프리카에는 가뭄과 폭염을, 중남미·북미에는 폭우를 몰고 온다.
월가 유력 뉴스레터 편집인이자 '구루(Guru)'로 통하는 데니스 가트만은 최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6~7월이 되면 가뭄 때문에 농작물 가격이 상승하는데, 올해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농산물지수 역시 엘니뇨에 따른 수확량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월간 기준으로 3년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근까지 급등한 농산물은 주로 소맥과 옥수수, 대두 등 '곡물'이다. 지난주에는 미국 농무부(USDA)가 올해와 내년 농산물 작황 부진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발표해 옥수수와 밀, 대두 가격이 급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