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업계 이익의 9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15%와 합쳐 107%라는 황당한 결과가 나온다. 이들 두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손실을 보고 있단 얘기다.
애플은 아이폰6로 기세를 올린 이후 업계 왕좌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애플 독주 체제가 깨지기 어렵다고 내다본다.
아이폰6 시리즈 <출처=블룸버그통신> |
12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너코드제누이티를 인용, 애플은 지난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가 거둔 영업 이익의 92%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5%에서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경쟁사 삼성전자는 15%의 비중을 차지했다.
캐너코드제뉴이티의 마이크 워클리 매니징 디렉터는 "다른 업체들이 손실을 보거나 손익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에 사실상 두 업체가 업계 이익의 100%를 차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로 애플이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실한 우세를 가져가고 있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경쟁사 대부분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것과 달리 애플은 iOS로 차별화 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심화된 저가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점도 이익 극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아이폰의 글로벌 평균 가격은 대당 624달러로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기기의 185달러를 앞섰다. 올 1분기에는 60달러 오른 659달러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다만 애플과 쌍두마차를 구축했던 삼성은 최근 부진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지난주 실적 잠정치 발표에서 7분기 연속 영업이익 추정치가 줄어들었다. 갤럭시S 6모델의 과잉 공급과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S 6엣지의 수요 부진 등 수요 예측이 잘못됐다는 관측이다.
워클리 디렉터는 "고급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중심은 삼성에서 애플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의 닐 모슨 집행 디렉터는 "중국 내 수백 여 개의 브랜드를 포함,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가 1000여 개에 이른다"며 "일반적인 제조사들은 샤오미처럼 저렴한 가격과 높은 성능을 내세운 브랜드와 고급 스마트폰을 고수하는 애플 사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신세"라고 진단했다.
경쟁사들이 당분간 애플의 우세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WSJ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하고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PC 시장과 유사한 추세로 흘러가고 있다"며 "다만 전문가들은 애플이 업계 왕좌를 내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에 의하면 애플은 지난 8일 하청 제조업체들에 차세대 아이폰 제작 물량을 초기 물량으로는 사상 최대인 8000~9000만대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실적 잠정치 발표에서 7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 이어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HTC는 분기 손실을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로부터 인수한 모바일 부문의 가치를 80% 상각 처리하는 등 경쟁사들은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버라이즌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했던 대니 스트리글은 "애플이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경쟁사들이 애플의 우세를 극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단위 백만대 <출처=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