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올해 말 특허권이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2곳, 워커힐면세점 1곳 등 시내면세점 사업자 입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바로 ‘여론’이 될 전망이다. 서울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가 탄생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서울 첫 특허 만료 입찰’인 탓이다.
입법 취지를 생각하면 이번 입찰은 기존 사업자 여부와 무관하게 공평한 선상에서 경쟁을 해야 하지만 특허권을 빼앗기는 것은 사실상 점포폐쇄를 의미하기 때문에 부담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두 곳의 사업권이 걸린 롯데면세점은 독과점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관세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오는 9월 25일까지 롯데면세점 소공점, 잠실점 및 워커힐면세점 광진점의 특허권 만료에 따른 신규 특허 신청을 접수받는다. 이번 입찰은 종전 특허권을 ‘경신’하기만 했던 시내면세점 사업자가 5년마다 공개입찰을 받아야하는 2013년 관세법이 개정 이후 서울시내 첫 입찰이기도 하다.
특히 막 서울 신규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에 고배를 마셨던 기업에게는 마지막 패자부활전이 되는 탓에 참가도 뜨거울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 변수로 꼽히는 것은 다름 아닌 ‘여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시내면세점 특허권이 ‘갱신’에서 ‘입찰’로 바뀐 것은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가 아닌 경쟁을 유발시키겠다는 뜻”이라며 “롯데면세점이 독과점 사업자인 것을 감안하면 자사의 특허권 만료 2곳을 모두 쟁취할지는 알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 롯데면세점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은 바로 시장점유율이다. 지난해 시내면세점 기준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60.5%로 독과점 업체로 꼽힌다. 관세청이 최근 신규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시장점유율 26.5%의 신라면세점(HDC신라면세점)에 사업권을 준만큼 롯데면세점에 그대로 사업권을 연장해준다면 독과점을 앞장서 용인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진다.
그렇다고 롯데면세점 시내면세점 중 한, 두 곳을 탈락시킨다는 것도 부담이 적지 않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지난해 매출은 1조9763억원으로 시내면세점 전체 매출의 45.4%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잠실점도 먀출 482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잠실점은 최근 롯데월드몰로 자리를 옮긴 터다.
만약 이중 폐점해야 하는 곳이 생긴다면 관련 인력이 수백명이 모두 거리로 내 앉을 판이다.
관세청으로서는 여론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명확히 심사 점수만으로 딱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론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정치 판단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심사도 심사지만 사실상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입찰은 기존 시내면세점 입찰과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어 경쟁양상도 기존 시내면세점 입찰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관리 역량’과 ‘경영 능력’의 배점이다. 최근 시내면세점 심사 배점에서는 ‘관리 역량’에 250점, ‘경영 능력’에 300점을 줬지만 오는 9월 심사에서는 ‘관리역량’에 300점, ‘경영능력’에 250점을 줬다.
‘관리역량’에 보세화물 관리 시스템, 인력, 시설 등을 평가하는 만큼 기존 시내면세점 운영 사업자에게 대폭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경영 능력’이 사업 지속가능성, 재무건전성 등을 평가하는 만큼 신규 사업자가 유리한 평가를 받는 대목의 평가점수는 낮아졌다.
기존 시내면세점을 운영해온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지만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을 비롯해 최근 시내면세점에 진출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역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시내면세점 사업에 처음 진출하는 현대백화점, 이랜드 등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됐다.
물론 변수도 적지 않다.
관세청은 9월 입찰의 필요한 서류 항목 중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를 더욱 세분화했다. 지역경제발전 계획 및 개발 관련 자료 항목에서는 지역인재 고용규모, 지역상권 개발을 위해 노력한 실적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고 지자체 관광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 실적도 명시하게 했다.
심지어 기존 중소기업 제품 발굴 실적만 요구했던 것이 오는 9월 입찰에는 최근 5년 내 제품의 종류와 수까지 구체적으로 요구됐다. 이외에 해외 관광객 모집을 위한 홍보활동 실적을 비롯해 지역 공헌도에 대한 언론보도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 특징.
현 시점에서 관세청은 공정한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돈현 관세청 특허심사위원장은 “특허만료 시내면세점 입찰시 기존업체 프리미엄 고려하지 않는다”며 “특허 기간이 종료되면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