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일감 확대에 나서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중견 건설사들의 무대로 인식되던 지역주택조합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조합과 시행사는 인기 브랜드를 가진 대형 건설사를 끌어들이면 조합원 모집이 쉬운 잇점이 있다. 해외수주가 줄어든 대형 건설사로서는 안정적인 일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멀리하던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7일 건설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내 대형 건설사들이 지역주택조합 시공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순위 2위인 현대건설을 비롯해 3위 포스코건설, 대림산업(4위), 롯데건설(7위), 한화건설(9위), 현대엔지니어링(10위) 등이 올 하반기 지역주택조합사업에 참여한다. 이들 건설사가 참여한 아파트 물량은 총 2만가구 정도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6개월 이상 일정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소유자들을 조합원으로 모아 새 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것이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시행사 이윤 및 토지 금융비용 등이 절감돼 일반아파트 분양가보다 10~15% 저렴한 게 일반적이다. 현재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은 46곳 4만8000여 가구에 달한다.
포스코건설은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 ‘동작 더샵 트인시아’(935가구)와 경기 화성시 향남읍 ‘향남 휴시티’(2028가구)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대림산업은 인천 송도 8공구 A3블록 ‘송도 포레스트 카운티’(2708가구) 시공사 참여가 예정돼 있다. 롯데건설은 충북 청원군 오창읍 양청리 ‘오창 센토피아 롯데캐슬’(2600가구), 경기 평택 모산영신지구 ‘평택 지제 센토피아’(5100가구)를 시공하고 한화건설은 충남 천안시 성거읍 ‘직산역 꿈에그린’(416가구) 공사를 담당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부산과 경기도에서 2개 단지, 쌍용건설은 서울 동작구에서 2개 단지를 시공할 예정이다.
이들 건설사는 대부분 정식 시공사 계약을 체결하진 않았다. 사업 진행이 조합원 모집단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업무협약(MOU) 단계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시공사가 확정된다.
동작 더샵 트인시아 조합원 관계자는 “포스코건설과 시공사 MOU를 체결했고 연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조합원 모집이 순조롭게 진행돼 시공사가 변경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기 브랜드 단지인 만큼 조합원 모집 결과도 양호하다. 지난 4월 대림산업의 송도국제신도시 ‘송도 포레스트 카운티’는 조합원 모집 한 달 만에 전체 물량의 99% 계약을 마쳤다. 현대건설이 짓는 사당동 ‘힐스테이트’도 조합원 모집이 대부분 끝났다.
대형 건설사들은 그동안 지역주택조합 시공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반 아파트보다 분양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비교할 때 단지 규모가 작은데다 분양가를 낮춰야하는 만큼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수익성이 낮다. 또 도심 외곽에 짓는 단지가 많아 브랜드 홍보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주택 분양시장에서 아파트 ‘완판’ 행진이 장기간 이어지자 대형 건설사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더욱이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나 도심 근처 단지처럼 사업성이 높은 단지는 대형 건설사로서도 포기하기 힘든 사업이다. 해외 및 공공 공사 수주가 줄자 대형건설사들이 실적 유지를 위해 주택부문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형 건설사들의 지역주택조합 사업 참여는 앞으로도 더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시공은 주로 중견 및 지방 건설사들이 진행했지만 최근엔 분양시장이 훈풍인 데다 단지 규모도 커져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늘었다”며 “입지와 사업성을 갖춘 지역주택조합 시공이라면 앞으로도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