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윤지혜 기자] 최소 2조원에 달하는 부실을 은폐해온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로 판정날 경우 회사채 발행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형 로펌들은 대우조선이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후 이를 근거로 회사채를 발행했다면 회사채 인수자에 대한 사기 혐의가 적용, 임원들의 형사책임까지 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형 로펌 등 법조계는 대우조선 회사채 발행에 대한 책임이 주가 폭락에 의한 손실보다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식회계로 판정 날 경우 왜곡된 재무제표로 입은 손해배상 청구와 회사채 발행에 대한 형사책임까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법무법인의 고위 관계자는 "실사 결과 분식회계로 드러날 경우 이를 누가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누가 과실이 있는지에 따라 책임을 부담할 사람은 정해지지만, 손해를 본 원고들로서는 가능성이 있는 모든 피고를 공동으로 피고로 삼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회사채 발행은 재무제표상 오류가 아니라 고의성을 띠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이는 자본시장법의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법 제3장 부정거래행위 제178조)에 해당한다"며 "투자자들은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데 (대우조선이) 가난한 회사인 것을 속이고 부자인 회사처럼 재무제표를 위장해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채 발행자에게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고 대우조선을 상대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이를 도운 회계법인을 상대로도 소송이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시중에 풀린 대우조선 회사채는 총 1조8500억원 규모로 연내 만기 물량만 5000억원(7월 2000억, 11월 3000억원)에 달한다. 기업어음(CP)은 1조1200억원 규모로 연내 만기도래 물량은 2200억원이다. 나머지 CP는 전부 내년까지 상환해야 한다.
CP를 들고 있는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또한,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은 계획보다 500억원 증액한 35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물량이 증액된 것에 대해 실적을 뻥튀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대우조선이 수조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숨겨 온 사실이 밝혀지며 피해를 본 투자자들 사이에서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우조선 주가는 손실 은폐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급락해 최근 50% 이상 하락했다. 지난 13일 1만3300원을 기록한 주가는 이날 7450원까지 떨어졌다. 시가 총액만 1조원 넘게 날아갔다.
소액주주들은 잘못된 정보로 투자 손실을 입었다며 지난주부터 변호사 면담 등 구체적 일정을 진행하는 등 대우조선과 재무제표를 감사한 딜로인트 안진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다만 본격적인 소송이 진행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송제기는 현 단계에서도 가능하지만, 분식회계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선 검찰의 수사가 선제 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번 주 실사를 위해 회계법인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또 소송에 대한 승소 가능성은 결국 '고의성'에 달린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대우조선에서 계획적으로 회계법인을 속이고, 회계법인이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울여서 감사했더라도 밝혀낼 수 없을 정도로 회사의 행위에 속은 것이라면 회계법인이 책임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계법인이 알고 눈감아주거나 심지어 고의로 숨기는 데 동조했다면 회계법인 또한 법적인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앞선 광장 관계자는 "지금 소송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먼저 제기한다고 해도 입증상의 어려움이 있으니 조금 기다려 보는 것이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에 투자한 한 개인투자자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며 "산은이나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최대주주로 들어가 있는 회사라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태에 (이해당사자들이) 방관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집단소송이 진행되면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