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서로 웃고 있어서 마치 화해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롯데그룹 홍보임원의 말이다. 그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나 약 5분간 회동한 것을 두고 사실상 ‘화해’라고 평가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실제 오간 대화는 신동빈 회장이 “다녀왔습니다”라고 하자 신격호 총괄회장이 “어어”라고 답한 정도에 불과했다.
웃으며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눈 만큼 사실상 화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동빈 회장 해임 지시서처럼 설득력이 약하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신동빈 회장은 3일 오후 3시 25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도착해 곧장 34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2시 30분께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곧바로 롯데호텔을 찾았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정점에 서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주주총회를 대비해 일본에 머물며 우호지분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선 사진기자> |
문제는 그 이후다. 이후 신동빈 회장은 5분만에 취재진을 피해 지하로 호텔을 빠져나갔고 롯데그룹 측은 이를 약 2시간만에 ‘화해’라고 표현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당시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은 경영권 이야기도, 주주총회 이야기는 커녕 사죄의 말이나 용서의 말도 없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태도도 이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2일 공개된 영상에서 신동빈 회장을 가르켜 “70년간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자신을 배제하려는 점을 이해할 수 없고 용서도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그가 5분만에 신동빈 부회장과 웃으며 회동했다는 점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당시 영상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도하에 촬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그는 카메라를 응시하는 대신, 준비된 원고만 읽었고 일부 사실과 단어를 잘못 말하거나 틀리기도 했다.
때문에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롯데그룹 역사나 법인명을 잘못 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냥 남이 써준 원고를 읽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같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석연찮은 행보는 ‘5분 화해’가 더해지며 새로운 방향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그의 두 아들이 판단 능력이 흐려진 부친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가공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두 형제의 롯데그룹 창업자를 등에 입은 여론 주도권 싸움은 '오십보 백보'평가를 듣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친의 일본행을 주도하고 ‘해임 지시서’와 영상을 공개했고 신동빈 회장은 이를 방한 후 5분만에 ‘화해’했다고 응수한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동시에 두 형제 갈등의 저변에서 롯데그룹 정신적 지주이자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여지 없이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