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대기업의 투자가 올해 3년 연속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을 필두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또 한 차례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3일(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상품 가격 하락이 기업 경영자들의 경기 신뢰를 강타, 올해 자본재 투자가 1%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달러화[출처=블룸버그통신] |
에너지 섹터를 필두로 기업 경영자들이 보수적인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속적인 투자 위축은 고용과 거시경제 성장까지 직간접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S&P는 투자 규모 기준으로 상위 2000개 글로벌 공공 및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에너지와 소재 섹터 기업들이 올해 투자를 14% 줄일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비금융 부문의 기업 전체 투자가 올해 1%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에너지와 소재 섹터를 제외한 제조업계 투자는 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수년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대폭 늘린 기업들이 자본재 투자를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 펀더멘털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S&P는 지적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현금 자산을 대규모로 축소했지만 생산적인 방향으로 재투자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상품 가격의 중장기 전망이 흐린 데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의 본격적인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S&P의 가레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섹터의 설비 투자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지난해 본격화됐고, 투자 감소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글로벌 기업은 총 4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현금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본재 투자 여력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눈덩이 현금 자산을 축적하고도 기업들이 투자에 지극히 보수적인 것은 일부 섹터의 설비 과잉 문제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자동차 섹터의 설비 과잉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고, 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현금 자산으로 투자를 늘리기보다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투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 미국의 금리인상 역시 기업의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S&P는 내다보고 있다. 또 설비 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잠재 수익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활발한 기업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