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롯데그룹 왕자의 난 성패의 핵심고리로 급부상한 'L투자회사'가 한국 롯데그룹의 계열사 4곳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투자회사는 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알미늄은 단일 최대주주 형태로, 한국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연합(L1~L12) 지분 보유 형태로 지배하고 있다. 다만 L투자회사가 일본법에 의해 설립된 회사이고 한국 롯데그룹 중 대부분 비상장사 주식만 보유해 금융당국에서도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일본 L투자회사가 롯데그룹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에 대한 지분율은 72.65%에 달한다.
L4투자회사(15.63%)와 L9투자회사(10.41%)가 10% 넘는 지분을 가지고 있는 등 L투자회사 형태의 11개 회사가 70%가 넘는 지분을 보유중이다. 단일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19.07%) 지분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또한 호텔롯데는 광윤사가 5.45%, 일본 패미리가 2.1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왕자의 난 당사자인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을 장악하기 위해선 롯데홀딩스 뿐 아니라 L투자회사를 우군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투자회사가 신격호 회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동시에 L투자회사는 부산롯데호텔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부산롯데호텔의 경우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L3투자회사 등 8개 L투자회사의 지분율이 53.38%에 이르는 데 반해 단일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46.62%에 그친다.
또한 L투자회사는 3월 말 기준 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알미늄 지분은 각각 45.34%, 34.9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로지스틱스는 롯데리아(17.31%)와 호텔롯데(8.84%)가, 롯데알미늄은 광윤사(22.84%)와 롯데케미칼(13.19%)가 2~3대 주주로 돼 있다. 동시에 롯데물산(L3투자회사 4.98%)과 롯데푸드(L2투자회사 4.34%)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L투자회사가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 중 상장시 지분은 롯데푸드가 유일하다.
한국롯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L투자회사의 실체는 현재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지분율, 실제 소유주 등이 알려진 바 없다. 롯데로지스틱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L2투자회사는 그룹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실시한 기업재편시 롯데상사로부터 분리돼 투자부문으로 설립한 회사"라고 설명돼 있을 뿐이다.
실제 L1에서 L12에 이르는 L투자회사는 지난 2007년 일본 롯데의 그룹 재편 과정에서 롯데건강산업, 롯데상사, 롯데빙과, 롯데물류, 일본식품판매, 롯데애드, 롯데리스,롯데부동산, 롯데데이터센터, 롯데물산, 롯데리아홀딩스 등 12개 계열사에서 분리독립하는 방식으로 설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L투자회사가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라고 하면 신격호 회장의 그룹 경영권지배를 위해 만들어진 '서류상의 회사'로 상정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업계에선 신격호 회장의 자산관리와 상속·증여상 편의를 위한 만든 페이퍼컴퍼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도 L투자회사의 실체에 대해선 접근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일본법에 의해 설립된 일본 소속 회사들로 알고 있지만 자세한 투자내역이나 주주구성은 잘 모른다"면서 "호텔롯데가 비상장법인이고 최근 자금조달을 한 적도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주식보유 현황에서 특수관계인으로 표시한 것은 (L투자회사가) 대주주와 관련이 있다고 스스로 신고를 한 것"이라며 "경영권과 관련된 것은 공동으로 행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