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이른바 롯데그룹 '형제의 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말 이미 롯데그룹 해외계열사 지배구조 실태 파악에 나섰으면서도 "공정위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면서 '쉬쉬'했기 때문이다.
5일 공정위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말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직후 롯데측에 '해외계열사 소유 실태(주주 및 출자현황)'를 요구했다.
공정위는 이날 "지난달 말 롯데측에 (광윤사 및 L투자회사)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을 실제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기업 '광윤사'와 'L투자회사'에 대한 실체 파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사태 이후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공정위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없다"면서 뒷짐지고 있는 듯안 모습이었다.
그러다 오는 6일 열릴 예정인 당정협의에서 공정위원장을 불러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를 공론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날 뒤늦게 조사 착수 사실을 털어놨다. 이는 국세청이 즉각 롯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 공정위 자료요구권 한계…성과 장담할 수 없어 '쉬쉬'
공정위가 이처럼 롯데사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2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우선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통해 '재벌'로 불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규제하고 있지만 해외계열사 지분구조까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해외계열사에 대해서는 소유구조 현황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기업이 이를 거부하거나 허위로 보고해도 내릴 수 있는 처분은 과태료 몇 백만원이 고작이다.
특히 국내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호텔롯데와 이를 지배하고 있는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주요기업이 모두 비상장회사라는 점도 실체 파악이 힘든 요소다.
공정위가 자료를 요구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실체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은 롯데측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해외계열사에 대해서는 지분현황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이를 거부해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전부"라면서 "특히 해외 비상장사의 지분구조를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태 직후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실태파악에 나섰지만 '성과'를 장담할 수 없었던 공정위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쉬쉬'했던 것으로 보인다.
◆ 휴가중인 정재찬 위원장도 늑장 대응
또 다른 이유로는 하필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이번주 휴가중이어서 대응이 늦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재찬 위원장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휴가다. 롯데 사태는 지난 주말을 기해 재벌의 '황제경영'에 대한 이슈로 확대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미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섰으면서도 적극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조사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면서 "주요 이슈에 대해 조사 여부를 공개하는 것은 실무자 선에서는 어렵고 위(장·차관)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롯데 사태가 이만큼 큰 이슈로 커질 줄은 몰랐다"면서 "공정위가 제때 대응을 했으면서도 이를 적극 알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