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벤치마크(Benchmark, BM)와 '따로 노는' 펀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장주' 자리에 소위 '대세주'를 앉힌 메리츠코리아펀드, KB밸류포커스펀드 등 국내 주식형펀드 대표작(作)들이 그 중심에 있다.
기존 주식형 펀드들이 많아야 BM대비 5% 안팎의 아웃퍼폼을 기록했다면 요즘 대세인 이들 펀드들에겐 BM대비 40%p 초과 수익률 달성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들은 시장에 얽매이지 않고 성장성에 집중해 포트폴리오의 폭을 확대하는 것이 주식시장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 1년간 BM은 제자리, 대세 펀드들은 '고공행진'
지난해부터 가장 많은 투자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메리츠코리아펀드의 경우 BM이 코스피지수로 설정돼 있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의 주식은 단 한주도 담지 않고 있다. SK C&C, 제일모직, CJ, 코스맥스 등 다수의 종목들을 2% 안팎으로 골고루 담고 있는 이 펀드는 최근 1년간 41.83%(제로인, 7일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동기간 BM 수익률(-0.1%)대비 놀라울 만한 성적이다.
출시 이후 6년간 꾸준한 성과를 보이면서 2009년 설정 이후 160% 수준의 플러스 성과를 달성 중인 KB밸류포커스펀드 포트폴리오 상단에도 삼성전자는 없다. 대신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골프존에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으며 동원산업, 한솔케미칼, 컴투스, 무학 등의 종목들을 상위에 올려놓아 펀드 퍼포먼스에서 BM인 코스피지수와 큰 괴리도를 보이고 있다.
투자설명서에 코스피지수를 100% 추종한다고 명시돼 있는 라자드코리아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이 펀드는 연간 39.2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포트폴리오에는 CJ E&M가 5%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우수한 수익률로 재조명되고 있는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의 경우 그나마 삼성전자우선주(3.74%)와 한국전력(3.12%)를 일정 부분 담고 있어 '면피'하는 수준.
사실상 이들 펀드에게 BM이란 해당 펀드의 월등한 성과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 정도의 역할일 뿐이다.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 대표는 이와 관련해 "벤치마크를 추종하느냐 여부는 '스타일의 차이'"라고 답했다. 존 리 대표는 "BM을 추종하기 위해서 굳이 삼성전자를 담기보다는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며 "국내에는 아직까지 펀드의 다양성이 많지 않지만 해외의 경우 BM 애그노스틱(Agnostic. 불가지론자) 전략을 취하는 것이 생소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를 그대로 따라감으로써 시장 대비 아웃퍼폼에 중심을 두는 것은 패시브(Passive) 스타일"이라며 "하지만 마이너스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BM대비 손실폭이 적다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의미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BM을 따라가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운용능력 의존도 높아…격차 벌어질 것"
반면 BM을 통해 해당 펀드의 운용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완전히 버리고 가는 것은 과도한 리스크라는 지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형펀드가 설정할 수 있는 지수가 다양하지 않다"며 "시장에 상장된 종목에 투자한다고 BM인 코스피지수와 전혀 동떨어진 운용을 하는 것도 현재 펀드 투자자들의 정서를 감안할 때 무리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펀드에 투자할 때 주식시장과 함께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삼성전자를 펀드에 담지 않는다는 것은 시장의 15% 이상을 포기한다는 얘기인데 시장 대비 아웃퍼폼을 할 때는 좋겠지만 반대의 경우 시장을 쫓아가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더 큰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기존 대장주들이 주도하는 시장이 단기간 내에 다시 오지 않는 한 삼성전자를 담은 펀드와 담지 않은 펀드간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시장을 추종하는 데 무게를 싣지 않는 펀드들의 경우 운용진의 능력에 따른 성과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BM에 대해 특별한 규정이나 한계 등은 없다"며 "자산운용사가 필요할 경우 BM을 자체적으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