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펀드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비중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년에 걸친 장기 랠리 끝에 뉴욕증시가 피로감을 드러내는 데다 강달러에 따른 실적 부진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팔자’를 부추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일본과 유럽 증시는 유동성이 밀물을 이루고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탈동조화가 증시 자금 흐름에 이른바 ‘대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달러[출처=블룸버그통신] |
반면 해외 주식 펀드로는 1580억달러에 이르는 신규 자금이 밀려들었다. 특히 유럽과 일본 관련 펀드가 뜨거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모닝스타의 앨리나 라미 애널리스트는 “미국 주식 펀드에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는 것은 향후 주가 향방에 대한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약 1년 전 미국에서 일본과 유럽으로 자금 대순환이 가시화됐으나 올들어 이 같은 움직임이 뜨겁게 가열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연초 이후 미국 증시가 사실상 제자리 걸음에 그친 반면 일본과 유럽 증시가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면서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들어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가 19% 뛰었고 독일 DAX 지수 역시 17%에 달하는 상승 탄력을 나타냈다.
ETF증권의 마이크 맥글론 리서치 이사는 “투자자들은 긴축 움직임을 보이는 미국에서 부양책에 무게를 두는 유럽과 일본으로 자금을 옮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유로존에 비해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강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보다 통화정책 향방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이르면 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월 초 발표되는 8월 고용 지표가 호조를 이룰 경우 연준의 긴축에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과 유럽 증시가 특히 매력적인 것은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달러화가 강세 흐름을 보이는 데 반해 엔화와 유로화가 떨어지고 있어 수출 경기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브라이언 룽 전략가는 “일본 증시가 여전히 커다란 상승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역사적 평균과 비교할 때 밸류에이션 부담이 그리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ETF증권에 따르면 투자자들 사이에 가장 커다란 인기를 끄는 SPY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연초 이후 42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