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자산시장을 삼킨 위안화 평가절하가 과연 중국 경제에는 약일까.
이번 위안화 절하는 중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수출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이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위안화[출처=AP/뉴시스] |
유비에스(UBS)의 비트 사이젠텔러 글로벌 매크로 어드바이저는 “중앙은행 정책자들이 환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환율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가 뚜렷한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지난 6월 중순 이후 주가 폭락이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되면서 정책자들이 증시 부양에 이어 또 한 차례 초강수를 뒀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중국이 실익을 취할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투자자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의 실물경기 부양 효과가 정책자들의 기대에 못 미칠 여지가 높고, 지방 정부의 부채 위기가 오히려 악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목표하는 위안화 세계화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환율 움직임의 시장 원리보다 수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인위적인 조정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가 통화정책의 딜레마와 잠재 리스크를 크게 증폭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 데 따라 수출 경기를 일정 부분 부양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수출보다 수입이다.
올들어 7월까지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3060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두 배 급증한 것은 수입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수입 감소는 위안화 환율이 아니라 상품 가격 하락이 주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역 수지 측면에서 중국 정부는 잘못된 처방을 동원한 셈이 된다.
중국인민은행[출처=신화/뉴시스] |
위안화 절하에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다른 형태의 통화정책 수단을 꺼낸 셈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위안화 표시 자산의 수익률이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이는 글로벌 투자 자금을 중국에서 몰아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은 1620억달러의 자본 순유출을 기록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유출 규모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를 추가로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자들 사이에 번질 경우 자본 유출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 규모가 높은 기업 역시 이번 결정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의 디폴트 리스크가 위안화 평가절하로 높아질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다이와증권의 케빈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이 달러화로 발행한 회사채 규모가 3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을 중심으로 위안화 평가절하가 회사채 디폴트 리스크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은 중국 지방 정부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업체들의 부채 부담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주택 시장을 강타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바클레이즈는 이날 투자 보고서를 통해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로 부동산 건설 업계가 즉각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중국에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 위안화 절하가 연준의 긴축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중국의 금융시장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의 과격한 행보가 새로운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열어 놓은 셈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